짬뽕 5월10일~6월30일 달빛극장
아시안 온천 6월10일~1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짬뽕 같은 놈의 세상 <짬뽕>
'대한민국국민 97.8%가 좋아하는 자장을 놔두고 짬뽕을 좋아하니까 빨갱이'이라는 궤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가 있다. 1980년 광주의 한 중국집에서는 궤변이 진실로 둔갑한다. 연극 <짬뽕>은 '봄이 오는 곳'이라는 소시민의 소망이 깃든 자그마한 중국집 춘래원이 무대다. 좀생이 사장 신작로, 순박한 외모와 달리 입은 걸진 지나, 다방 레지인 여자 친구 오미란, 그리고 날라리 배달원 만식에게 춘래원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무대다. TV에서는 연일 광주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폭도와 빨갱이를 고발하지만 춘래원의 군식구들은 신속 정확한 배달을 생명으로 오늘도 하루벌이에 고심한다. 연극은 운동권과 빨갱이 사이 어느 것과도 무관해 보이는 이들이 피로 얼룩진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희극으로 몰아간다. 사건은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모처럼 짬뽕, 자장면에 탕수육까지 얹은 주문이 들어오고 배달 가던 만식을 군인들이 불러 세우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짬뽕을 내놓으라는 군인과 대치하던 만식은 얼떨결에 사고를 내고 도망 온다. 마침 계엄령이 선포되고 폭도를 잡겠다는 뉴스를 본 만식은 모든 사태가 자신에게서 비롯됐다고 장담한다. 짬뽕 하나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는 허무맹랑한 사고 회로는 ‘탁’ 치면 ‘억’하고 죽는 공포 정치에서 탄생했다. 연극은 춘래원에 스스로를 가두고 오해와 오류를 거듭하는 인물들을 희화화하면서 관객이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와 ‘응답하라 1980’식 노스탤지어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 순간 서늘한 공포가 뒤통수를 친다. 신작로의 악몽 속 서슬 퍼런 물고문은 우리가 공유하는 1980년 광주라는 현실과 가장 닮아있기 때문이다.
연극이 타 문화 장르와 다른 자체적 미덕은 진화다.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른 공연일수록 군더더기를 없애고 관객과 소통하며 다듬어진다. <짬뽕>은 십년 동안 무대에 올랐다. 유머와 뒤늦게 찾아오는 페이소스가 정확한 내재율로 연주되고 기어코 눈물샘을 건드린다. '짬뽕을 좋아하니까 짬뽕을 좋아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춘래원의 문은 열려있다.
후미진 골목길 이야기 <아시안 온천>
한국 연극계의 산 증인 손진책 연출과 문화적 디아스포라 정의신 극작가가 외딴 섬에 둥지를 튼다. 연극 <아시안 온천>은 <강 건너 저편, 5월에>,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어 예술의전당과 동경 신 국립극장이 세 번째 제작한 한일 공동 작품. 이야기는 어떤 조용하고 외딴 섬에서 출발한다. 온천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외지인이 부나비처럼 섬으로 몰려든다. 리조트 관광 사업을 벌이려는 외지 사람들은 섬사람들을 등쳐먹고 순박했던 섬사람들은 세속화되면서 다이치만 홀로 고립된다. 아버지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 하루카는 외지인과 눈이 맞는다. 일본 간사이 지방의 용길이네 곱창 집에서 섬나라 온천으로 옮겨온 이야기는 여전히 비루하다. 정의신은 언제나 가족과 공동체에 천착해왔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이루는 연대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란 황금빛으로 미화된 노스탤지어가 아니다. 본능이 꿈틀대고 폭력이 난무하는 비정한 현실이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너져가는 공동체를 향한 그리움이 소외된 이웃들을 감싼다. _공연월간 미르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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