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변살롱> '모단걸'과 떠나는 낭만여행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소설가 길은 자정녘 파리의 길목에서 클래식 푸조를 타고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평소 20년대 파리를 골든 에이지라 말하던 남자를 기다리는 것은 핏제랄드와 헤밍웨이, 콜 포터, 피카소 등 당대를 주름잡았던 예술가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감격에 겨워하는 21세기의 이 남자와 달리 20년대의 여자는 드가와 고갱, 로트렉이 살아 숨쉬는 1890년대 벨 에포크를 골든 에이지라 강조한다. 이렇게 골든 에이지란 저마다 다르다. 영화와 함께 우리의 골든 에이지는 언제인가 잠시 떠올려봤다. 이봉구와 김수영, 박인환 등의 명동백작들이 다방문화를 이끌었던 50년대라 답해보고 싶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30년대 모단 보이와 모단 걸이 춤추던 경성을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는 암울하겠다 싶었다. 5-60년대가 손바닥만한 반도에서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이룩했다면 30년대는 그 르네상스의 원본과도 같은 시대로 통한다. 길거리 여인네들의 단아한 한복 차림 사이에서도 근사하게 양장을 걸친 청춘들이 경성 한복판을 주름잡았다. 시대가 암울하다해서 청춘이 시들겠는가. 음악극 <천변살롱>은 가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머나먼 골든 에이지, 30년대 경성을 무대 위에 소환한다. 만요(漫謠)라는 30년대 대중가요를 통해서.
 <천변살롱>이 뮤지컬 대신 음악극 혹은 드라마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걸어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짜 30년대 사람들이 즐겨 들었던 음악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양악의 틀 거리 안에 국악을 얹어놓는 퓨전이 아닌 진짜 30년대 가요를 통해 알 수 없는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부른다. 총 열 다섯 곡으로 구성되는 <천변살롱>의 음악은 박모단이라는 여인의 인생을 풀어내는 이야기 자체가 된다. 유랑극단을 무작정 따라나선 열 일곱 살 소녀부터, 살롱의 마담이 작곡가와 사랑에 빠지는 20대 여인, 그리고 '애수의 소야곡'이 어울리는 30대 여인까지, 박모단의 삶은 30년대 청춘의 표상이 된다.  
 음악극 <천변살롱>의 매력은 노래하는 변사가 되는 박모단 역의 박준면이다. 만요의 멜로디에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 위 박준면의 입담이 흥겨운 모노드라마를 완성한다. 여기에 살롱밴드이자 음악감독인 하림은 박준면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어색한 연기로 의뭉스런 웃음을 담당한다. <오빠는 풍각쟁이>나 <애수의 소야곡>처럼 친숙한 곡들과 <개고기 주사>, <모던기생 점고> 등 제목만 들어도 익살맞은 곡들을 만나는 것도 큰 재미다. 21세기에 아코디언, 피아노, 기타,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어쿠스틱 만요가 흥을 돋울 것이다. 향수와 그 시대 음악이라는 키워드는 <천변살롱>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카테고리에 끼워 넣게 한다. 하지만 공연은 뮤지컬보다는 콘서트에 방점을 찍었다. 잘 짜여진 이야기와 흥겨운 음악, 노련한 배우의 연기까지, <천변살롱>은 관객도 배우도 살아보지 못한 30년대 경성을 낭만도시라 기억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_월간 씬플레이빌 9월호

뮤지컬 <천변살롱>
기    간:        2012.9.22
시    간:        토 15:00 19:00
장    소: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
작    가:        강헌, 박현향
연    출: 김서룡
음    악:        하림
출    연: 박준면 하림
티    켓: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문    의: 080.481.4000

INFORMATION
만요란(漫謠)? 1930년대 유행했던 대중음악 장르 중의 하나다. 한마디로 당시의 대중가요로, 익살과 해학을 담은 희극적 가사 때문에 코믹송(comic song)이라 불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서 건너온 희극갈래 중 하나인 만담(漫談)에 삽입곡으로 쓰이거나 만요 음반으로 발매되면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진 만요로는 '오빠는 풍각쟁이'를 들 수 있겠다. 90년대에 가수 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 또한 만요 장르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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