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인생 지침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단평

게이 판사, 남편을 사별한 부인, 대화 단절 노부부, 여전히 로맨스를 찾는 황혼의 싱글, 숨길 수 없는 주름과 지긋한 나이 빼고는 공통점이라곤 없는 일곱 명의 사람들이 제2의 인생을 찾아 인도로 향한다. 영국식 인도 궁전에서 보내는 행복한 호텔 생활, 팸플릿의 사진에 혹했지만 정작 가보니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 이들을 기다린다. 지배인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의욕만 앞서는 인도청년이고 이들이 꿈꿨던 안락하고 이국적인 황혼생활은 요원해 보인다. 영화는 각자의 이유로 이국땅을 밟은 이들의 응어리를 풀고 새 삶을 살아갈 이야기를 지어준다.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기에 죽음은 농담으로 이들 곁에 손님으로 동석한다. 고향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노인들이 향신료와 소음으로 가득한 이국땅에서 일자리와 사랑,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은 씁쓸하고도 아름답다. 젊다고 자부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늙음은 공평하게 찾아오는 법. 영화를 보고 있자면 각자의 늙음을 건강하게 꿈꾸게 한다.

뱀발.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감독인데 이후 필모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 하고 있다. 이번 영화가 일종의 재기작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으로 감독이 게이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드라마를 할애하는 인물이자 근사한 죽음을 맞는 이가 톰 윌킨슨이 연기한 판사 출신 노인인데, 그 때문에 괜시리 드는 사족 중 하나. ★★★☆☆

장르 드라마|감독 존 매든|출연 주디 덴치, 빌 나이, 톰 윌킨슨|개봉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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