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소리> 잔망스럽고도 유쾌한 하모니

오합지졸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언제나 보기에 즐겁다. 하나의 춤사위나 화음을 쌓는 지점에서 클라이맥스가 터지기 마련이니까. 영화 속에서 악기나 춤을 연마하는 과정은 그대로 성장이 된다. 우리는 이미 남학생 싱크로나이즈 팀도 봤고(<워터 보이즈>) 천방지축 여고생의 스윙재즈도 만났으며(<스윙걸즈>) 탄광촌에서 핀 하와이안 댄스도 겪었으니(<훌라 걸스>) 이 방식이 얼마나 드라마에 적절한지 알고 있다. 국악예고 합창단의 창단이야기 <두레소리>는 예상가능하면서도 신선하다.

장소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때는 고3 수험을 앞둔 여름방학. 놀고 싶지만 마음대로 놀지 못하는 그 시기다. 출석일수가 모자란 학생들을 모아 합창단 특별수업을 시작하면서 톱니바퀴가 굴러간다. 아이들은 악보도 볼 줄 모르고 화음은 더더욱 생소하다. 양악을 전공한 선생님은 농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국악과 양악이 만나고 아이들은 처음으로 화음이 쌓일 때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제야 재미를 느끼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지만 때 아닌 신종 플루로 공연이 취소된다.

<두레소리>는 형식이 독특한 영화다. 규격화되지 않은 연기를 펼치는 등장인물들 덕에 다큐를 보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극영화다. 다큐의 모양새를 띤 극영화는 실화라는 사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부 창단 실화를 2, 3기 후배들이 직접 선배들을 재연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레 녹아든 연기는 불균질하지만 가식이 없다. 실제 인물들이 자신을 연기하는 실화의 힘 앞에서 가슴이 뭉클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솔직한 신선함을 무기로 대단한 사건사고 없이도 유려한 장단을 친다.

영화는 실화에 영화적인 형식을 부여하기 위해 야구치 시노부식의 서사를 반영했다.(출석일수가 모자라 결성됐다는 설정과 달리 실제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투르기는 익숙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인물들의 얼굴과 대사는 익히 보지 못한 것들이다. <두레소리>의 진짜 미덕은 바로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규격화되지 않은 진짜 여고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연출은 아이들 본연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는 연기로 반짝반짝 빛난다. <두레소리>는 손발이 오글거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맞닿아 박수를 치게 만드는 선량한 영화다. 건강한 성장드라마이자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빅밴드 스윙재즈 대신 국악합창으로 소통하는 한국판 '독립 스윙걸즈'라 불러도 좋다. 선함이 불편하지 않은 착한 영화 앞에서 고갯짓이 절로 난다. _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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