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Listen_records_귀를 기울이면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이 겨울을 견디기에 적절한 목소리들을 모았다. 이 달콤하고도 비밀스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영혼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괜찮다고.

Lioness: Hidden Treasures / 에이미 와인하우스/ 유니버설뮤직
겨우 오 개월이다. 그녀가 떠난 지. 트러블메이커이자 소울 씬의 여왕이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 듣고 있으면 달콤하고도 해로운 카페인을 연상시키는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영원히 이십대의 모습으로 정지했다. 천재 뮤지션들의 저주받은 나이 스물일곱을 역시 넘기지 못했다는 건 농담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금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녀를 미공개 모음집 앨범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앨범은 토니 베넷과 마지막으로 레코딩한 유작 'Body and Soul'을 비롯해 60년대의 클래식 두왑 넘버를 레게로 재탄생시킨 첫 번째 싱글 'Our Day Will Come', 힙합계의 음유시인 나스가 함께 작업한 'Like Smoke'를 포함,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마지막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서서히 소멸되기 보다는 한 번에 타오르는 편이 낫다'는 커트 코베인의 유명한 유서는 21세기 한 여성 아티스트의 삶으로 그대로 표현됐다. 주인 없는 집 앞에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던 술과 담배 그리고 이런 메모지가 놓여 있다. 'Good Luck for your Next Life' 남겨진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구원받겠다.

bittersweet / 랄라스윗 / 해피로봇레코드
랄라스윗, 홍대 언저리에서 회동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한 두 번은 봤을 법한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번이 정규 데뷔앨범이다. 'bittersweet'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듯 달큼한 목소리의 외피를 벗겨내면 가사는 씁쓸한 정서로 가득하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그래서인지 멤버 본인들이 '여신'이나 '요정'으로 수렴되던 그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고 소개한다. 데뷔 앨범인 만큼 여러 가지 색채를 더하려는 흔적도 돋보인다. 사랑받고 있는 타이틀곡 '우린 지금 어디 있는 걸까'는 전형적인 독백조의 곡이라면, '태엽감기'나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는 밴드 사운드가 짙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예술적 감성이 담뿍 담겨 있다는 점이 반갑다. 특히 멤버 박별이 작사, 작곡한 '우린 지금 어디 있는 걸까'는 직접 촬영한 뮤직 페인팅 뮤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이 더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지울 수도 남길 수도 없는' 이야기는 보편적인 정서로 와 닿는다. 소녀와 여자 사이를 걷는 홍대 인디씬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성공적인 시작, 비행이다.

백야 / 짙은 / 파스텔뮤직
'페퍼톤스', '10센치'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감성의 탑을 쌓고 있는 짙은. 그들이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기타 윤형로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보컬 성용욱이 홀로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짙게 색칠한 '짙은'이 됐다. 그래서일까. 음악적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이 진해졌다. 통기타로 어루만졌던 전작과 달리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타이틀 '백야'를 비롯해 변화를 꾀한 흔적이 역력하다. 멤버의 부재는 자연스레 새로운 수혈로 채웠다. 지난 10월 일본데뷔를 마친 '센티멘탈 시너리'가 편곡과 프로듀싱으로 참여하고, 현재 홍대 인디 씬의 핫 하이콘 '칵스'의 멤버 이수륜이 세션으로 자리하면서 한층 더 짙고 넓어졌다. 그렇게 짙은이라 쓰고 어쿠스틱이라 읽었던 기존의 색깔에 다양한 음악적 시도에 공을 들였다. 어둠이 드리워지지 않는 밤 '백야'라는 앨범 타이틀이 말하듯 비일상적인 시간 속에 놓여있길 바라는 마음으로도 읽힌다.

Editor's Pick
inni / 시규어 로스 / 유니버설뮤직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북유럽 태생의 음악은 어떤 숭고함을 타고나는 걸까. 음악적 아이덴티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뷰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신께 감사드린다"는 헌사를 보내고 범세계적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조차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는 밴드 시규어 로스가 라이브 앨범으로 찾아왔다. 2008년 이후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시규어 로스를 기다리던 팬들이라면 이미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아놨을 터. 'inni'라는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이번 앨범은 공연 실황이 담긴 블루레이 DVD와 두 개의 라이브 씨디로 구성된다. 보컬 욘시의 솔로활동으로 이 값진 음악에 대한 허기를 채웠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좋은 기회다. 대표곡 'Hoppippola'를 비롯해 곡명을 자신있게 읽을 수는 없지만 익숙한 음악들로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한다.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신비한 목소리 현악기의 향연, 객석의 흥분이 공존하는 이번 앨범으로 이들의 부재를 잠시 채워도 좋다. _월간 씬플레이빌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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