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가능성

스파이더 맨의 가면을 벗은 토비 맥과이어, 그가 작정했다 ★★★☆☆
영화 제목에 대한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
감독의 이름보다는 배우의 이름으로 ★★★☆☆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 [블러디 선데이]의 감독 짐 쉐리단이 '형제'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브라더스]는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이 세 명의 배우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영화다. 스타와 배우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과 거장으로 달려가는 감독의 조우는 작품보다는 각 배우에게 이정표가 될 것 같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들인 남자 샘 카힐(토비 맥과이어). 그는 네 번째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앞두고 있다. 송별 저녁 만찬 자리에 감옥에서 막 출소한 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할)가 자리한다. 탕아가 돌아왔고, 바람직한 아들은 막 떠나려는 찰나다. 형이 떠난 빈 자리를 자연스레 채우면서 동생 토미는 철들어간다. 같은 시간, 샘은 헬리콥터가 폭격을 당하면서 추락한다. 전사소식을 받은 가족은 끝간 데 없는 슬픔에 빠져들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듯이 점점 상처를 치유해간다. 토미는 샘의 아내 그레이스와 어린 조카 둘을 돌보면서 차츰 안온한 일상을 자리잡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이 살아서 돌아온다.

[브라더스]는 치정극으로 그려진 멜로드라마의 옷을 입고 있지만 사실은 죄의식에 대한 영화다. 감독 짐 쉐리단은 교차편집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엮는다. 가족드라마의 일상 사이사이에 고통스러운 고문이 낭자한 아프가니스탄의 드라마를 책갈피처럼 끼워넣는다. 일상이 슬픔으로 가라앉을수록 전쟁터의 현실은 점점 가혹해진다. 이렇게 전혀다른 장르로 영화를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더 강렬하게 흔적을 남기는 것은 사막 한 가운데 그 곳이다. 평온한 샘의 얼굴이 황폐해질수록 극적 리얼리티는 강도를 높여간다. 영화가 할당한 시간의 분량 면에서 일상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크지만, 이상하리만치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비명과 고문으로 얼룩진 전쟁터의 순간이다.

샘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장면부터는 영화가 진짜 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올린다. 동생과 아내의 불륜을 깊게 파고드는 샘이 의심하는 것은 사실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자기자신이다. 샘은 좀처럼 웃음을 찾을 수도 농담을 이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 [굿바이 그레이스]나 [엘라의 계곡]으로 대면했던 피로 얼룩진 전쟁의 뒷면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브라더스]는 개인에게 집중한다. 단순히 반전영화라는 카테고리에 넣기보다는 한 인물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토비 맥과이어는 비로소 스파이더맨 스판덱스를 벗고 배우의 얼굴로 돌아본다. 체중을 감량하고 점점 피폐해져 가는 토비 맥과이어의 광기 어린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마블 코믹스의 아이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해낸다.

[브라더스]는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왜 제목이 브라더스인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가 돼버렸다. 2005년 덴마크 여류감독의 원작영화에서는 ‘브라더스’라는 제목의 진의가 더 깊게 판명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앙금처럼 남는 것은 가면을 벗은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가능성이다. 여기에 중견 배우로 넘어가는 나탈리 포트만와 제이크 질렌할의 일상 연기도 적절히 보조한다. [브라더스]의 토비 맥과이어에게 올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는 적절한 보상은 아니다. 심연 속 괴물을 마주한 그의 연기는 2010년 할리우드 영화계의 작은 발견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Brothersㅣ감독 짐 쉐리단ㅣ출연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ㅣ제작년도 2009년ㅣ시간 104분

뱀발.
1. 나탈리 포트만은 아역 출신 배우라는 굴레를 벗고 성인 연기자로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입니다. 꽤 안정적이죠. '영원한 마틸다' 나탈리 포트만으로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어린 시절이 더 강렬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크리스찬 베일 등등 아역 출신 현역 배우들이 평생 지고 가야 할 숙제같은 것이 아닐까요. 두 딸의 엄마 연기를 하는 나탈리 포트만도 퍽 어울린다는 것이 새삼스러웠습니다.

2. 스파이더맨 가면을 벗은 토비 맥과이어의 변신과 함께 눈에 밟히던 연기는 첫째 딸 베일리 매디슨입니다. 차세대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의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보통 연기를 잘 하면 그 씬을 훔쳤다고 하죠. 식사 장면에서 사정없이 신경을 긁으면서 폭발하던 이 아이의 연기 좋더군요.(풍선을 긁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히스테릭해지더군요;) 

3. 역시 가면을 벗은 토비 맥과이어는 뭔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네요. 이런 류의 아이콘 스타들은 굉장히 그 틀을 깨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렬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프로도' 일라이자 우드가 [신 시티]에서 괴물같은 살인마로 등장했던 것이 오버랩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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