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밋밋한 페르세우스 영웅담 읽기

                 

영웅 샘 워딩턴이 '타이탄'을 살린다 ★★+☆☆
6년이 지났지만 [트로이]보다 나은게 무엇인지 ★★☆☆☆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참 올림푸스의 신들은 변덕을 잘 부린다 생각했다. 툭 하면 남의 여자를 탐하고, 비위가 틀리면 번개를 내리거나 나무로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사랑에도 잘 빠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리스로마신화를 동화로 만든 책 한번 들어본 이들은 알거다. 제우스가 얼마나 바람둥이인지, 그리고 헤라가 또 얼마나 무서운 질투의 화신인지,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움과 권력을 탐하는지. 사실 [타이탄]은 이런 거 다 몰라도 감상에 지장이 없다. 물론 81년 원작 [타이탄족의 멸망(Clash of Titans)]은 더더욱 안봐도 별 상관 없다.

최근 개봉한 십대판타지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을 봤다면 데미갓(Demi-God)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는 않을 터다. 이들은 신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태어난 반인반신의 존재들이다. [타이탄]은 제우스의 데미갓 페르세우스가 영웅이 되는 길을 쫓는다. 바다에서 그물을 올리던 한 어부가 관을 발견한다. 그 속에는 죽은 여인과 갓난아이만 놓여 있다. 아이는 어부의 아들로 성장한다. 가족과 함께 바다에 나갔다가 신과 인간들의 전쟁 사이에서 가족을 잃는다. 유일한 생존자로 이디오피아의 왕 아크리시우스에게 간 페르세우스(샘 워딩턴)는 마침 찾아온 하데스(랄프 파인즈)와 맞닥뜨린다. 하데스는 그가 제우스(리암 니슨)의 아들이라 말한다.

영화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페르세우스 영웅담과 조금씩 엇나가기도 한다.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으로 커나가는 원전과 달리 영화 속 고독한 영웅이 되기 위해 페르세우스는 양부모에게서 자라나고, 신화 속에 등장하던 거울방패와 무엇보다 탐이 나던 날개 달린 신발은 쏙 빠졌다. 그리고 페르세우스의 로맨스 라인에도 살짝 변주를 줬다. 안드로메다 대신 이오라는 저주받은 미녀가 수호천사처럼 페르세우스를 보호한다. 그래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페르세우스 모험의 정점을 찍는 영웅담은 빠지지 않는다. 바다괴물을 물리치고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는 여정 말이다. 그 여정의 길 위에는 메두사와 페가수스, 하나의 눈으로 운명을 예언하는 마녀 3인방이 등장하고 사막의 스콜피온, 크라켄 등의 크리처들이 양념을 뿌린다.

21세기 시각효과의 힘으로 탄생한 그리스로마신화는 쟁쟁하다. 생생한 크리처들이 스크린 위에서 자유자재로 활개를 치고, 올림포스의 거대한 신들 또한 찬란한 시각효과를 위용을 갖는다. 하지만 그뿐이다. [타이탄]은 [아바타]가 탄생하는('만들어지는'이 아닌 '탄생하는'이라는 단어가 적합해보인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스펙타클은 심드렁하고, 드라마의 탄력성도 약하다. 영리해진 관객들이 찾아볼 재미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은 페르세우스를 앞에 줄세우고 일렬종대로 밋밋하게 사라지고, 블록버스터로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할 CG의 향연은 고만고만하다. 보기에 부족하지 않은 CG는 단 한번 티를 남기는데 그것은 메두사다. 괴물 크라켄과 함께 가장 스펙타클에 주효한 인물이 메두사이거늘, 웬만한 게임 티저영상과 비교해도 한참은 떨어지는 부자연스러운 메두사가 그나마 고개 내민 긴장감을 떨구게 한다.(90년대 사이버가수 ''아담''을 기억하는지, 메두사는 딱 그정도의 CG다) 활극액션으로 보기에도 카메라는 참신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로맨스가 화끈한가 하면, 고대 로마신화 원전에도 못 미칠 만큼 지루한 로맨스 라인으로 관객을 희롱한다.

그럼에도 [타이탄]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붙인 영화는 미국에서 올해 오프닝데이 최고 수익을 챙겼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연유는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배우 샘 워딩턴에게서 찾아야겠다. [터미네이터 4]와 [아바타]의 열기로 샘 워딩턴은 현재 향후 할리우드를 책임질 배우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밋밋한 이야기와 매력 없이 삶을 마감하는 조연들 사이에서 샘 워딩턴의 페르세우스만이 고유한 매력으로 혈혈단신 영화를 이끌어간다.

Clash of the Titansㅣ감독 루이스 리터리어ㅣ 출연 샘 워싱턴, 젬마 아터튼, 랄프 파인즈, 리암 니슨, 매즈 미켈슨, 제이슨 플레밍, 알렉사 다바로스ㅣ제작년도 2009년도ㅣ시간 106분

뱀발.
1. 여배우들보다는 남배우들 캐스팅이 쟁쟁합니다. 향후 십년은 거뜬히 할리우드를 책임질 샘 워딩턴이 우선 주인공이고, 요즘 아버지 전문배우로 각광받는(?) 리암 니슨과 울분에 차 있거나 2인자 캐릭터 전문인 랄프 파인즈가 받쳐주네요.

2. 그런데 저는 사실 별 드라마라인도 없는 조역 중의 조역들에게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바로 한때 한국을 달궜던 막장영드 <스킨스>의 주역들이 등장하니까 말이죠.페르세우스 원정대의 막내 유사비오스로 우리의 '토니' 니콜라스 홀트가 나옵니다. 또 스킨스에서 여신으로 불렸던 에피(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안드로메다 공주 옆에 서 있습니다. 스토넴 남매는 안타까울 정도로 대사가 없어요. 그나마 토니가 에피보다 얼굴은 조금 더 나옵니다만;

3. 감독은 원작에서 꽤 귀염둥이로 사랑받았던 황금부엉이 부보가 못마땅했나봅니다. 원정대 출발 전 웬 궤짝 속에서 한번 얼굴을 내밀곤 퇴출되니깐요. 부보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막강콤비 R2-d2와 C-3PO스럽지요. [타이탄]과 안어울리긴 합니다.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