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위 고>부모롤모델 찾기의 산뜻한 인류학 보고서

 
내 부모도 이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어른이 됐을까 ★★★+☆(별 반개)
지독한 장인 샘 멘데스의 휴식(결코 놀고 먹었다는 말은 아님) ★★★☆☆
현대 미국 소도시에 살고 있는 애버리지 커플의 이상향 ★★★☆☆

소박하고 중량감 없는 행복론
인간이 머리털 나고부터 무덤까지 끊임없이 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선택이다. 하지만 세상에 선택할 수 없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이 될 것이다. 우리는 싫증난다거나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부모를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샘 멘데스의 [
어웨이 위 고]의 착한 주인공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 두 사람으로 하고 싶다고.

[어웨이 위고]는 재력, 권력, 미모 무엇 하나 온전치 않은 보통 중의 보통의 두 남녀가 올바른 부모 롤 모델을 찾기 위해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로드 무비다. 서른 셋의 동갑내기 커플 베로나(마야 루돌프)와 버트(존 크라신스키)에게 아이가 생긴다. 전적으로 아이 양육을 위해 버트의 부모님이 사는 콜로라도로 이사 왔지만, 출산을 앞둔 이들에게 버트의 부모는 폭탄선언을 한다. 벨기에에서 2년간 노년의 삶을 즐긴다는 평생의 숙원이란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이 떨어진 베로나와 버트 커플은 안정된 삶과 좋은 부모 모델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손님을 끌어당기려는 호객행위에 관심이 없다. 그 흔한 미남, 미녀가 없고(매기 질렌할의 비중을 생각하면 열외로 해도 될 듯하다) 허세도 없으며, 격한 감정의 변화도 없다. 외모부터 친근하고 위화감이 없는 귀여운 커플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의 기본구조를 차치하고 보폭 큰 위기 없이 흘러간다. 아이낳기를 제외하고는 큰 고민과 걱정 없어 보이는 이 커플의 삶에 폭풍우 따위 없어 보인다. 사실 이 말간 얼굴의 부부는 세상 모든 남녀의 표본이 되기에는 이상적이다. 이 선량한 사람들의 드라마는 그래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웃음으로 점철되어 있다. 각본을 담당한 부부 소설가 벤델라 비다와 데이브 에거스는 자신들을 닮은 이상적인 커플을 통해 대안가족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고, 아니면 정치에는 무관심하나 아이티 구호 성금을 보낼 정도의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는 인물일 것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지양하고 지나친 교조주의에도 몸서리를 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더없이 충실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행복의 척도를 자유로운 베로나와 버트를 통해 이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살짝 교과서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의 갈등이란 고작 아이의 심박수가 너무 느리다는 것 정도이고, 자신이 루저인가 아닌가에 살짝 골머리를 썩다가 만다. 적당히 교육을 받은 평균남녀는 지나치게 성공을 쫓지도 않는다. 나름의 행복론이 있는 이 태평한 주인공을 제외하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극단적이고 희화화되어 있다. 아이들 앞에서 18금을 비롯해 부모가 해선 안될 이야기를 종합 선물 세트로 나열하는가 하면, 히피를 극단적으로 희화화시킨 괴상한 부부가 등장하고, 외형적으로는 완벽하게 행복을 일구고 있는 듯한 다인종 입양가족은 마치 브란젤리나 가족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완벽해 보이는 입양가정도 슬픔이 내재돼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괴상한 부모 롤모델들은 부모유형 인류학 보고서에 실릴 만한 다양한 형태들로 구색 맞추기를 한 것 같다. 이렇게 부모 후보들은 하나같이 별볼일 없거나 괴벽스럽거나 혹은 부족하다. 좋은 부모 후보 찾기는 이토록 어려운 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이 극과 극의 라이프스타일 체험은 베로나와 버트를 자연적으로 이상적인 부모 대안 모델로 등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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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위 고]의 연출자가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유려하게 미국 중산층의 이야기를 통렬하게 까발린 [아메리칸 뷰티]와 관객에게 지독한 대리경험을 시키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감독과 동일인물인지 의심하게 될 정도다. 전작들이 빈틈없이 꽉 짜여진 내러티브로 감독 자신이나 모두의 심신을 시달리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영화는 쉬어가는 휴식과 같은 포지션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인물에게 깊게 다가가려는 생각은 접어둔다. 영화가 겉핥기를 일삼는다는 말은 아니다. 이 영화의 목표치는 바람직하게 귀엽고 선량한 사람들의 행복 찾기라는 간단한 명제이니 말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위험과 긴장감보다는 희망과 산뜻한 빛으로 가득하다. 위트 있는 유머와 대사로 가득한 영화 속 인물들은 이대로 시트콤을 만들어도 될 만큼 명확한 캐릭터와 번득이는 대사로 심플한 드라마를 뽑아낸다. 감동적인 출산과정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엔딩은 감동을 피워 올릴 만한 장면을 차치하고 자기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베로나와 버트의 첫 번째 목표에 충실하게 문을 닫는다. 예민하게 촉수를 세우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휴식처럼 편안하게 즐기면서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작용을 할 것 같다. 머리 쓸 필요 전혀 없이 조용히 이 남녀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작은 것에 만족하는 소박한 행복론으로 말이다.
Away We Goㅣ감독 샘 멘데스ㅣ출연 존 크라신스키, 마야 루돌프ㅣ제작년도 2009년도ㅣ시간 9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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