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바꾸고 돌아왔으면 뭔가 있겠지...(93분 후) 왜 돌아왔니 ★☆☆☆☆
영화 속에서는 정의가 승리했다. 통쾌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
적어도 작화면에서는 고심한 흔적이 엿보여 ★★★☆☆
돌아온 아톰은 어린이 좌파영화?
훌륭한 원작은 재탕, 삼탕에도 국물이 우러난다. 우리가 매년 각종 리메이크물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리메이크라는 것이 기본 독자나 관객을 보유하고 시작하는 쉬운 장사 같지만, 한편으로 기존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 그리고 기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원작이 한 분야의 정석으로 일컬어진다면 잘못된 리메이크는 원작에 대한 오독이라는 불명예를 짊어 져야 한다. 서두가 길었다. 할리우드에 적을 두고 ''아스트로 보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개명하고 돌아온 아톰은 원작의 명성을 잊고 보는 것이 올바른 감상법이 될 만한 어린이영화라는 소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진지하게 비판하는 것이 불필요한 전체관람가 어린이영화로 재탕한 사실은 꽤 영리한 선택이라는 것은 우선 인정해야겠다.
영화 속 메트로 시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최근 [아바타] 정도의 미래 문명 도시다. 선택 받은 인간(아마도 재력)들만이 사는 이 도시의 한 연구소. 이 곳에서는 정반대의 에너지 블루 코어와 레드 코어로 로봇 실험이 한창 가동 중이다. 스톤 총리(도날드 서덜랜드)의 무력적인 참견으로 천재과학자 텐마 박사(니콜라스 케이지)의 하나뿐인 아들 토비(프레디 하이모어)가 사고사한다. 이성을 잃은 텐마 박사는 긍정적인 에너지 블루코어와 아들 토비의 DNA를 결합해 인간형 어린이 로봇 아스트로 보이를 만든다. 아들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로봇은 텐마 박사에게 오히려 아들의 상실을 더 깊게 떠올리게 하고, 이 사실을 안 로봇은 텐마 곁을 떠난다. 이때, 재선을 위해 혈안이 된 스톤 총리는 블루코어를 회수하기 위해 로봇 아스트로 보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감독은 무려 아니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 할리우드버전이라는 무거운 책임감과 중량감을 우리가 기대했던 정 반대지점,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영화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다.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뜬 [아스트로 보이]는 미취학 아동을 비롯한 저학년 어린이들이 선호할 만한 단선적인 스토리와 깔끔한 작화로 가족관객용 만화가 되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분명 철완 아톰에 대한 향수를 안고 극장에 들어선 중장년층들이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아톰이 가지고 있는 전후 세대의 의지와 정체성 등의 뭉클한 감성은 현대 히어로물의 이방인 히어로들이 갖는 고뇌 정도로 휘발됐기 때문이다.
사실 [아스트로 보이]는 만화신 데즈카 오사무의 영광에 기댄 너무 초라한 저작물이다.(창작물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할리우드에서 아스트로 보이로 다시 태어난 아톰은 리메이크나 오마쥬라는 말을 붙이기는 얼토당토않게 가볍고 매끄럽다. 군더더기 없이 무난한 시나리오와 귀여운 작화가 단점이 된다면 이해불가지만 이번 할리우드판은 그렇다. 아톰다운 철학이 빠진 자리에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이방인 히어로물의 고뇌가 들어앉았고 이것은 이해하기 쉽다. 무려 철완 아톰의 리메이크라는 과업을 이리도 야심 없이 풀어놓다니. 개인적으로 모험하지 않는 리메이크는 매년 양산되고 잊혀지는 영화 리스트 추가에 불과할 만큼 불필요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어디까지나 전체관람가 어린이 영화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가 꽤나 좌파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블루와 레드코어로 대변되는 양극화는 색깔 노선과 별반 다르지 않고, 녹지 증식과 환경사업에 용이한 블루 코어를 전쟁에 사용하겠다는 정치가의 포부는 또 어떤가. 거기다 악당 대통령(분명 President로 등장한다)을 굳이 총리로 해석한 번역의 문제는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왈가왈부가 끝난 트집잡기다. 이 총리가 재벌들 세금도 깎아줬는데 지지율이 왜이리 하락하는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그분이 오버랩된다. 원제작자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무궁무진한 정치적 해석이 가능할 터다. 원작이 당시 시대상황의 정치성을 아이콘화했듯, 2010년 한국에서만 가능한 정치적 해석은 뒤로 가다 개구리 잡는다는 엉뚱한 재미로 작용하겠다.
[치킨 런], [웰레스와 그로밋] 등 애니메이션 스타작가로 활동하다 [플러쉬]로 데뷔한 감독 데이빗 보스워스는 신선한 소재에 비해 평범한 재미에 그쳤던 전작 [플러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중박 정도의 재미로 리메이크작업의 부담을 덜었다. 부디 원작의 향수와 철학을 기대하고 가는 성인 관객이 없기를 바란다.

사실 이번 할리우드 3D판 [아스트로 보이]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를 극장에서 보고픈 작은 염원이 있다. 영화화 제작여부는 전무하긴 하지만 서도..(현재 8권으로 완결된 이 심리서스펜스메카닉휴먼드라마(?)의 영화화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각색이 성공해야 한다는 무서운 전제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각색이 없다면 자칫 시망하기 쉬운 작품이기도.. 점점 산으로 가는 [20세기 소년]을 보면 영화화하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도 같다)
Astro Boyㅣ감독 데이빗 보워스ㅣ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 니콜라스 케이지, 도날드 서덜랜드, 크리스틴 벨ㅣ제작년도 2009년ㅣ시간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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