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이 텅 빈 체육시간, 전교도 아닌 전국 일등 한정훈(유승호)은 사소한 말다툼으로 주번이 되어 교실로 향한다. 문을 열자, 땡땡이 중인 문제아 김태규(조상근)가 남아있다. 하지만 그는 흥건한 피에 젖어 있다. 놀란 나머지 정훈은 칼을 집어 들고 오열한다.(살인사건에서 범행무기인 칼을 집어 드는 우를 범하면서 영화의 품새는 이미 결정된다) 마침 교실로 들어서던 왕따 이다정(강소라)은 ‘커튼마녀’라는 별명답지 않게 정훈이 범인이 아님을 간파한다. 추리극 마니아인 다정의 도움으로 정훈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4교시 추리영역]은 엉성한 트릭과 팬시한 학원물을 결합하면서 일본 드라마 에피소드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대놓고 유치한 만화원작에 몸을 담은 일드를 두고 치밀함의 부재를 꼬집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타고 있는 [4교시 추리영역]을 두고 같은 잣대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영화는 정확히 <소년탐정 김전일>의 여성버전과 <노부타를 프로듀스>가 짬뽕된 어느 지점에서 좌초한다. <소년탐정 김전일> 류의 트릭 계산과 추리는 명쾌하지 못하고, 자연히 관객에게 유쾌한 놀라움 한 자락 선사하지 못한다. 제목부터 ''추리''를 걸고 정체성을 못박았지만, 이 호기로운 시작은 중구난방 드라마로 보기도 어렵겠다.
사실 이 영화를 두고 약점을 논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범작의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면서 완벽한 만듦새를 바라는 것과 달리 이 영화를 두고 단점을 말하기에는 어느 것 하나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리 자체가 엉성하니 관객은 동참하는 것이 민망해질 정도다. 너무 단순해서 카타르시스라는 단어는 잠시 넣어둬야겠다. 하지만 추리를 직조해야 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어색하기 그지없다는 점은 꼬집지 않을 수 없다. 박철민, 정석용 등 배우들의 열연 앞에 실소가 터지는 건 순전히 감독의 탓이다. 좋은 배우가 나쁜 감독을 만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추리극으로서의 본분은 일찌감치 잃지만 학원물다운 로맨스는 저버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것은 이상한 맹점이다. 주연배우 유승호의 입맞춤을 끼워 넣고, 강소라의 몸매를 위에서 아래로 훑는 장면을 진열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추리극''을 할 요량이었다면, 치밀함과 서스펜스는 기본이 아닌가. 영화를 보고 나면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인기를 믿고 밀어붙인 프로젝트라는 판단을 지우기 어렵다. 적당히 웃기고 유쾌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 영화에 비하면 수작이라 해야겠다. 영화를 보고 입봉작으로 악평이 줄을 이을 감독보다 한창 승승장구 중인 아역스타 유승호에게 연민이 깃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감독 이상용ㅣ출연 유승호, 강소라, 박철민, 정석용,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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