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피자=신년 첫 행사

1. 오스카 노미네이션이 앞다퉈 타임라인을 수놓고 있다. 피자 시켜놓고 실시간 아카데미 보는 재미. 일년 참 빠르다.

Oscar nominations 2012: The full list http://gu.com/p/35xd2/tf

2. 미움이 사라진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RT @reading_bot_: "내가 그를 미워하고 있을 때 나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3. 거의 오년 만에 '네멋대로 해라'를 다시 봤다. 복수랑 전경이랑 미래 모두 그대론데 나만 나이를 먹었다. 이 드라마는 내 또래가 으레 그렇듯 청춘의 시작이었고 사랑의 교본이었다. 1화에서 9화까지는 반백번은 본 것 같다.

4. 참 신기한 건 마르케스 책은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거다. 이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인지 백년동안의 고독인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인지 그냥 멍청한 건지. 읽을 땐 참 아름다웠는데 그 마술적 리얼리즘은 그냥 내 기억망을 스르륵 스쳐가버렸다.

5. '뱅뱅클럽'은 연출이 영리하진 않지만 소재가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음악이 좋다. 벨벳 골드마인과 라디오헤드를 버젓이 써 버리다니(음원사용료가 제작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이 장면에선 꼭 이 노래여야한다는 감독의 고집이었겠지) 정기적인 마감이 없다면 나는 정말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잉여로 소멸하겠지..

언더그라운드.

13일의 금요일은 어느 때보다 평화롭게 지나갔다. 아 그릇 하나 깼구나.

히라타 오리자의 '혁명일기'를 보고 왔다. 아담한 방 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혁명과 종교 예술이라는 함의가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 치환된다. 특히 운동은 개인과 집단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진보 속에서 도구로써 전체주의가 강요되는 것은 운동의 딜레마 중 하나가 아닌가. 일상의 혁명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정의되는 순간 종교가 되어버린다는 연출가의 말이 인상깊다. 음성적으로 흘러버린 좌파 운동의 한 지류로 옴진리교가 여기서 파생됐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특히 연극이라는 한 면만 트인 무대공간에 심심찮게 뒷모습을 진열하는 것도 흥미로운데 감독은 감정이 격앙되는 배우일수록 뒷모습을 배치하고 관객이 배우의 얼굴을 상상하도록 열어주고 싶다 했다. 프레임 바깥의 소리로 관객의 상상력을 열어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생각났다. 도쿄노트, 특히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서울시민 시리즈는 꼭 보고 싶다. 단상은 여기까지.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를 꺼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더럽게 책 안 읽고 있는데 이 자극이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

이름이라는 신화 레종 데트르, 로맹 가리

작가이자 외교관, 가난한 이민자이자 프랑스 군인, 고다르의 여인으로 각인된 여배우 진 세버그의 남편이자 스캔들 메이커. 이중 하나만도 한 인생에 담기 어렵다. 하지만 한 작가의 삶 속에서 수렴된다. 영광과 갈채의 단상 위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찾아 떠나는 이 개척자를 비밀의 대가라 부르겠다.

작가와 드라마는 동의어다. 이야기를 직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소설가들의 인생에서 드라마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무릎팍 도사>에서 풀어놓은 황석영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 소설가의 전형이었다)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글을 쓰는 작가일수록 삶에는 그보다 더한 재료가 난무할 것이라 손쉽게 생각한다. 여기에 그 표본이 있다. 로맹 가리, 아니 에밀 아자르라고 읽어야할 남자.

로맹 가리는 애잔하고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단편모음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으로 가장 유명하다. 그는 평생 생부를 알지 못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자랐다. 러시아인도, 리투아니아인도, 폴란드인도, 프랑스인은 더더욱 아닌 가난한 이민자 출신 소년은 명예욕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힌다. 변신을 향한 욕구는 이때부터 자리잡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대표 지성이 된 그는 20세기 프랑스 이민자들에게는 자수성가의 상징이다. 성공의 원동력에는 환상에 가까운 지적 허영과 욕망이 있었다. 변변찮은 연극배우 출신이었던 어머니에게 아들은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행복의 보증수표였다. 극심한 가난과 멸시 속에서도 아들이 언제나 깔끔한 옷을 입고 점심에는 비프 스테이크를 먹을 것을 원했다.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새벽의 약속>에는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기보다는 필명을 짓는데 하루 온종일을 보내는 소년이 등장한다. 모자는 괴테,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 대문호에 어울리는 이름들은 이미 모두 존재한다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우습기보다 처량하다.

이름을 통해 십년 이십년 후에 이룰까 말까한 꿈을 미리 맛보는 것. 허구적인 삶은 이미 그의 어린 시절부터 자리한다. 로맹 가리라는 첫 번째 이름은 전쟁터에서 태어난다. '태워버리라'는 러시아어 'Gary'를 'Gari'로 변형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로맹 가리는 작가 지망생에서 레옹 도뇌르 훈장을 가슴에 단 프랑스 시민이 된다. 그리고 필명을 짓기에 바빴던 소년은 마침내 꿈을 이룬다. <유럽의 교육>을 시작으로 어엿한 작가의 길에 올랐고 평단의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외교관 업무와 글짓기를 병행했던 로맹 가리는 은둔형 예술가는 아니었다. 그의 교묘하고도 환상적인 언변은 완벽한 퍼포머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 구절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불행한 자아를 감추기 위해 끊임없이 익살을 떨어야했던 요조가 어렵지 않게 연상된다. 자신을 감추는 연기를 거듭할수록 괴리라는 틈바구니로 공허가 들어차기 마련이다. 화려한 데뷔가 무색하도록 잇따른 실패는 고질적인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여기까지는 성공적인 예술가 자서전 속 '성공과 고난' 필수 챕터쯤으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비밀'이라는 단어를 생애를 통해 연기한 진짜 희극인 로맹 가리, 아니 에밀 아자르의 삶은 지금부터다. 로맹 가리가 <이 선 너머에서 당신의 티켓은 유효하지 않습니다>라는 소설로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동시에 작가로서 사형 선고를 받던 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얼굴 없는 작가가 <그로칼랭>이라는 작품으로 홀연히 나타난다. 노련한 문체를 구사하는 이 신인에게 문단과 대중은 갈채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발표한 로맹 가리는 신예 에밀 아자르와 비교선상에 놓이며 가혹한 혹평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한 집요한 독자로 인해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의 조카로 판명되면서 로맹가리가 재능 있는 조카의 문체를 표절했다는 비난까지 쏟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사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였다. 온 세상을 상대로 거대한 게임을 시작한 이 남자의 능청스러움은 유쾌할 정도다. <자기 앞의 생>이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 공쿠르상을 수상했을 당시 한 기자는 물었다. "이번 공쿠르상 수상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맹 가리는 이렇게 답한다. "<그로 칼랭>은 괜찮게 읽었지만, <자기 앞의 생>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소"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작가가 되었지만 무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던 이유가 단지 넘치는 유머감각 때문일까. <자기 앞의 생>을 향한 폭발적인 반응은 <유럽의 교육>이 발간되던 당시 쏟아지던 찬사와 묘하게 닮아있다. 이십년 전 받았던 갈채를 숨겨진 신인작가가 되어 다시 받아본 로맹 가리는 과연 웃었을까, 쓴 웃음을 지었을까.

에밀 아자르 외에도 그는 포스코 시니발디, 샤탄 보가트라는 이름으로도 작품을 발표했다. 밝혀지지 않은 필명이 더 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이 웃지 못 할 이중생활은 생을 향한 농담이자 처절한 투쟁이다. 익숙한 명성으로 인해 더 이상 그의 작품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 대중과 평단에게서 선입견을 거둬내는 것. 그에게 유일한 무기이자 삶의 목적인 글을 짓기 위해 가공의 인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로맹 가리가 권총자살로 비극적인 최후를 선택하고 6개월이 지나고서야 이 영화 같은 삶은 엔딩 크레딧을 올릴 수 있었다. 프랑스 문학계는 문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다. 작가가 일생에 단 한번만 수상할 수 있는 공쿠르상을 로맹 가리에게 <하늘의 뿌리>로 한번,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으로 또 한 번 수여한 것이다. 일명 '아자르 사건'으로 명명되는 이 시나리오는 대흥행이었다. 뒤늦게 외면과 멸시, 인간 혐오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한 로맹 가리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죽인 것은 편견이었다.

주인공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후에야 발각된 몰래 카메라는 성공적이지만 씁쓸하다. 생을 던진 순간 드러난 진실은 비극적인 코미디다. 세계적 지성이라 할 만한 문단을 기만하고 그 허위와 무능력을 온 몸으로 비판한 로맹가리, 이 소설가는 그 자체가 드라마이자 최고의 연기자였다. "들키지 않는 것, 그것은 위대한 예술이다" 그가 말 했듯 자신의 삶마저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승화시켰다. 인생이라는 스크린은 이미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암전 후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뒤늦게 극장을 찾은 독자라는 관객들은 여전히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으로 자신을 세우기도 하지만 이름 뒤에 숨기도 한다. 내 것이지만 전적으로 타인이 사용하는 소유물, 이름. 그 이름의 신화에 사로잡힌 소설 속 대표인물들이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나를 조제라 불러줘
'나를 조제라 불러줘'. 영화로 더 유명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원작은 일본의 여류작가 타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이다. 출간 후 약 이십년이 지난 후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애를 테마로 쓴 이 오래된 소설집에서 '조제'를 이끌어내 영화로 숨을 불어넣었다. 조제는 쿠미코(이케와키 치즈루)가 읽고 있는 프랑스 소설가 프랑소와즈 사강의 <한달 후 일년 후> 속 주인공 이름이다. 작은 옷장 안을 거처로 삼은 여자는 반백년 전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조제를 꿈꾼다. 여기보다 어딘가를 꿈꾸는 이에게 이름을 바꾸는 건 가장 빠른 판타지다.

<빅 픽처> 다른 삶을 꿈꾸다
남자의 삶은 전 세계 자본주의의 첨탑 뉴욕 월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꿈은 서부의 광활한 그랜드캐년 어딘가에 있다. 삶에 치여 사진가의 꿈을 포기했다고 위로하면서 비싼 사진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그의 취미다. 어느 날 아내의 불륜이 발각되자 네모반듯했던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 영화 같은 소설(이미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은 잘 짜여진 한 편의 범죄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범죄드라마에서 이름을 바꾸는 건 가장 빠른 위장방법이다. 이름을 바꾸고 삶도 바꾸고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 온갖 드라마틱한 전개를 스피디하게 보여주지만 결국 이것 또한 거대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소설 속 주인공 남자는 로맹 가리와 닮아 있다. 남의 이름을 훔치고서 '미국의 풍경을 가장 잘 담아내는 사진가'로 일약 떠올른다. 하지만 다시 이름을 바꾸자 무명이 되어버린다. 사진은 그대로이지만 세상은 검증된 유명세와 이름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돌아가는 필름처럼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간다.

<위대한 개츠비> 오, 사랑
빈농 출신 제임스 개츠는 제이 개츠비로 이름을 바꾼다. 일명 재즈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의 풍요 속에서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미국 물질문명의 거대한 괴물이 되어간 사나이의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는 청춘소설로 손꼽히지만 가장 잔인하면서도 낭만적인 허무주의가 깔려있다. 스스로 개츠비라 자신을 명명한 청년은 밀수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다. 출신 성분을 바꾸고 신흥 상류층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허영으로 치장한 상류층 아가씨 데이지가 사는 그 곳에 마침내 입성한다. 사랑을 매개로 미국 사회의 시대적 단면을 통렬히 집도한 이 소설은 21세기 한국만화 <위대한 캐츠비>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신분상승의 욕구, 머저리 같은 청춘, 맹목적인 사랑은 동서고금 언제나 통한다. '진정으로 인생이 시작되던 바로 그 순간에 제이 개츠비로 이름으로 바꾼' 청년의 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b-side_필명은 나의 힘
필명이란 작가들이 누릴 수 있는 유희다. 이차원적인 종이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구축하는(심지어 제작비는 종이와 연필이면 된다) 작가들에게만 국한된 것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추리소설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로맨스나 단편을 펴낼 때는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을 즐겨 썼다.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은 심리 스릴러작가 '리처드 바크만'으로 활동하다 한 끈질긴 독자를 통해 밝혀졌다. 영국의 범죄소설가 존 크리시는 필명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28개의 필명으로 600여권의 장편소설을 발간했으니 이 정도 호칭이 아깝지 않다. 서부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 등 장르별로 애용하는 필명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양적으로는 로맨스 소설가 바바라 카틀랜드를 이길 자가 없다. 결혼 후 이름인 '바바라 '맥코쿼데일'과 '마커스 벨프레이'라는 이름으로 723편의 소설과 비소설을 발간했다. _월간 씬플레이빌 1월


뮤지컬 <엘리자벳> 죽음과 추는 춤은 황홀하다

엘리자벳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보자. 오스트리아의 여인, 합스부르크가의 아름다운 황후, 갑갑한 궁정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사랑을 찾는 방랑자. ''미모의 황후 엘리자벳은 유럽 최고의 절대왕조 합스부르크가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인물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19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를 배경으로 엘리자벳이라는 실존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무대에 재현한다.

역사 속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운명처럼 비극이 따라붙는다. 천일의 앤이라 불리는 앤 불린이 그랬듯,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랬듯. 만약 배경이 21세기 미국이었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트렌디드라마가 되었겠지만 19세기 왕실에서 시작되면서 태생적으로 비극을 수반한다. 현대에 와서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오스트리아 대표인물 엘리자벳은 무정부주의자 루케니에게 암살당한다. 이 뮤지컬은 비극으로 최후를 맞이한 엘리자벳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아름다운 청년 토드로 의인화시킨 것이다. 토드가 건네는 유혹은 엘리자벳의 일생을 관통한다. 이 환상적인 공기 속에서 황후 엘리자벳이 죽음 그 자체인 '토드'와 암살자 루케니에게 모두 사랑받는다는 논픽션이 성립된다. 독일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극작가와 작곡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건네는 <엘리자벳>은 이렇게 역사를 세공하고 담담한 어조로 판타지를 배치한다. 쿤체 르베이 콤비의 또 다른 작품 <모차르트>에서는 천재성이라는 광기가 죽음을 부르지만, <엘리자벳>에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죽음을 이끈다. 재해석이라는 저울은 운명에 희생된 여인 혹은 국고를 탕진한 황후 두 가지 시선 중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의 무대조명과 디자인은 죽음이라는 주제와도 맞물린다.

이쯤에서 팁 하나를 건네자면 암살자 루케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루케니는 화자로서 극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작가의 세계관을 오롯이 드러내는 분신으로 존재한다. 이 여성 원톱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환상적인 존재 토드와 역사를 우화로 흐르지 않도록 막는 장치이자 안전벨트인 루케니, 두 캐릭터가 국내 첫 라이센스 공연에서는 어떻게 연출될 지가 관건이다. 브로드웨이 본고장 일색의 뮤지컬과는 다른 어떤 것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가장 성공적인 순수 독일 뮤지컬로 알려진 <엘리자벳>이 주요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엘리자벳 역에는 뮤지컬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옥주현과 <조로>,<지킬 앤 하이드>의 김선영이 캐스팅됐다. 또 토드 역의 송창의, 김준수 등 스타캐스팅을 비롯해 여섯 개의 배역을 열 다섯 명이 소화한다. 엘리자벳이 일생에 걸쳐 죽음과 추는 매혹적인 춤에 빠져드는 것, 이 뮤지컬을 즐길 가장 적절한 자세일 것이다._월간 씬플레이빌 1월호

공 연 명: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기간: 2012.2.9-5.13
공연시간: 화-금 20:00 토·일·공휴일 14:00 19:00
공연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 홀
원    작: 미하엘 쿤체
작    곡: 실베스터 르베이
프로듀서: 김지원
연    출: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출    연: 옥주현 김선영 류정한 송창의 김준수 김수용 최민철 박은태 윤영석 민영기 이정화 이태원 김승대 전동석 이승현
제    작: EMK뮤지컬컴퍼니
티켓가격: VIP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D.Class석 14만원 / 금토일 주말가 1만원 추가
문의예매: 02.6391.6333

INFORMATION
뮤지컬 <엘리자벳>은 비엔나 극장협회(VBW)와 함께 1992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가장 성공을 거둔 독일어권 뮤지컬이다. 여름휴가용 궁전에 방이 1400여개가 넘을 정도로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호화로움을 무대에 재현하며 '3분에 한 번씩 변화하는 무대'라는 호평을 받았다. 초연 이후 5년 동안 천 회의 공연을 돌파하고 10개 국가에서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다. 이번 한국 첫 번째 라이센스 공연에는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수치로만 환산한다면 진부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의 향연을 선보인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직한 자기연민이 주는 위로 '데미안 라이스'

클래식, 21세기형 클래식이다, 위로가 되는 이 남자의 목소리는. 직접 보고 싶은 아티스트 셀렉션이 있다면, 분명 1위 다툼할 그가 온다. 넣어 두었던 그의 앨범을 다시 꺼내들었다.

21세기를 지구에서 통과한 젊은이라면 데미안 라이스라는 이름을 모르기는 어렵다. 이름보다는 'The Blower's Daughter'로 먼저 알려진 그는 'O'와 '9'라는 단 두 장의 정규 앨범으로 전 세계 외로운 소년소녀들을 위로했다. 이방인으로 가득한 뉴욕에 '안녕'이라는 인사로 성큼 다가서는 마법을 부렸던 장면, 영화 <클로저>를 보고 한동안 '헬로우 스트레인저'라는 말을 장난처럼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았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그저 흘려보내지 못했던 이들의 귀에는 하나 같이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라는 허밍이 흘러나왔다. 영화와 함께 조금 늦게 도착한 이 노래로 데미안 라이스는 대한민국 소년소녀들의 미니홈피와 블로그 또한 수놓았다. 물론 카페음악으로도 사랑 받았다. 하지만 듣기 편하다 해서 속에 담긴 이야기도 말랑말랑한 것만은 아니다. 그의 가사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우울하다 못해 온 몸이 침잠한다. 새벽에 들으면 위험한 세트 리스트에서 엘리엇 스미스, 숀 레논과 함께 데미안 라이스가 빠지면 섭섭하다. 특유의 읊조리는 목소리와 수수한 음색은 그렇게 귀에 단번에 감겨들었다.

21세기에 들어서서야 세상 밖으로 이름이 나왔다 해서 그가 골방에서 홀로 음악으로 실험하던 음악천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우선 얘기해야겠다. 아일랜드 태생인 데미안 라이스는 91년 주니퍼(Juniper)라는 인디 밴드를 통해 우울한 십대 소년의 꿈을 이뤘다. 첫 번째 싱글 앨범 'Weatherman'으로 주목받으며 메이저에 입성한 것이다. 굴지의 세계적인 레이블 폴리그램과 손을 잡으면서 주니퍼는 U2, 스크립트를 잇는 아일랜드 출신 성공적인 인디록 밴드의 행보를 걸어갔다. 아일랜드 시골 마을에서 낚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년이 유일한 도피처였던 음악으로 세상과 마주 하는 순간이었다. 꿈을 이룬 듯 보였지만 대중적 만듦새를 원했던 레이블에 염증을 느켰다. 결국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2003년 데뷔앨범 'O'로 다시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렸다.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짠'하고 나타난 싱어 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로서. 데미안 라이스가 유럽을 방랑하고 이탈리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사색한 시간들은 음악으로 그려진다. 그가 쓴 노래들은 포크 록의 서정성과 시적인 가사로 어렵지 않게 듣는 이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치명적으로 정직한 싱어송라이터'가 발표한 '희망이 없이도 아름다운 앨범, 대대적인 호평은 대중의 감상과 모처럼 합일했다. 그의 잔잔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음악들이 반복적인 멜랑콜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자신에게만 귀 기울이는 나르시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사회적인 행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저항운동과 티벳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인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앨범에 참여하고, 미얀마 민주항쟁 운동가인 아웅산 수지에게 헌사한 노래 'Unplayed Piano'로 노벨 평화상 시상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자기연민과 잃어버린 사랑으로 점철된 'Cannonball'이나 '9 Crimes'와 같은 덤덤한 독백을 들으면서 힘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음악들을 단순히 카페음악으로 치부하는 건 평가절하다. 때맞춰 찾아오는 우울이라는 친구에게 든든한 위로가 된다. 그래서 그의 한국 방문은 더욱 달콤하게 여겨진다. 두 번의 위로를 건네고 5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앨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힘겨워하던 찰나였다. 비록 그의 음악적 뿌리라 할 만한 주니퍼도 떠났고 뮤즈이자 연인인 리사 해니건도 부재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용히 자기 할 말을 건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굳이 '포크 록의 대중화'라거나 '아일랜드 출신 싱어 송라이터 현주소'라는 수식이 붙지 않아도 그는 지금처럼 정직한 보폭으로 걸어갈 것이기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 이름, 데미안 라이스. 그가 실어 나르는 겨울의 정서가 서늘하지만은 않은 것도 신뢰가 가는 정직한 음악 때문이리라. 비록 그 스스로는 자기 안의 우울함으로 들어가 감정을 소진하며 곡을 잉태한다지만, 그리고 그것 자체에 지치기도 한다지만 말이다.

"유명해지고 싶지도, 많은 돈을 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그의 말은 활자 그대로 읽힌다. 그저 '정직'하게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써서 나누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것이다. 예상치 않았던 데뷔 앨범의 성공과 벅찬 투어일정, 어딜 가든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염증이 긴 공백을 만들었지만 데미안 라이스는 다시 자신을 추스른 듯 보인다. 그 대답이 모처럼 재개한 이번 공연이다. 그는 이번에도 유명세와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차림으로 맘껏 무대에서 노닐 것이다. 그리고 정직함이라는 단어를 골라서 쓰는 이 남자 데미안 라이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한 가지, 세 번째 앨범에 대한 소식을 살짝 물어봐도 좋겠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답변이 비록 조금 늦게 당도한다 해도 우리에게는 변함없는 위로가 될 것을 안다. 여기 'Cannonball'의 묘하게 위로가 되는 마지막 구절을 옮겨본다._월간 씬플레이빌 1월호

Stones taught me to fly
돌은 나는 법을 알려줬어.
Love taught me to cry
사랑은 우는 법을 알려줬지.

So come on courage
용기를 내봐.
Teach me to be shy
수줍음을 가르쳐줘.

Cause it's not hard to fall
추락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And I don't wanna scare her
그녀를 겁주고 싶지 않아.

It's not hard to fall
추락하는 건 어렵지 않지.
And I don't wanna lose
잃고 싶지 않아.

It's not hard to grow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렵지 않지.
When you know that you just don't know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안다면 말이야.


To Listen_concerts_2012년도 논스탑 내한러쉬

2011년도 시작부터 풍요롭다. 거장과 인디 밴드의 발자국, 그리고 형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축제가 하나.


팻 메스니 내한공연
아티스트들이 존경하는 뮤지션, 재즈기타의 거장 팻 메스니가 온다. 통산 17회 그래미 수상, 총 33회 노미네이션을 기록한 그의 아우라는 재즈계뿐만 아니라 음악계 전체에서 그 영량력을 발휘한다. 그는 재즈라는 외연 안에서 전자음악을 자유자재로 운용하고 클래식 오케스트라까지 접목시켜왔다. 소위 '음악덕후'라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팻 메스니는 일종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팻 메스니의 즉흥연주'를 연구하는 논문이 쏟아질 정도니까. 서두는 여기까지. 지난 5월 '팻 메스니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땅을 밟은 후 딱 육 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다. 신작 'What's It All About'를 만나볼 수 있을 이번 공연에는 팻 메스니 특유의 화려한 솔로 기타 연주와 함께 국내 초연하는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가 듀엣으로 참여한다. 'One Quiet Night'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기타 앨범 발매로 또 한 번의 재즈와 어쿠스틱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될 터다.
1.13 / 금 20:00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02.399.1111


베이루트 내한공연
첫 번째 방문이다. 유명 뮤지션들의 아시아투어에서 매번 일본을 부러워했던 건 십년 전쯤의 일이다. 이제는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실력파 뮤지션의 발굴과 내한도 빈번해졌다. 베이루트는 영미권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미국 뉴멕시코 출신 밴드다. 출신이 무색하게도 동유럽의 집시음악과 바다 건너 프랑스의 샹송풍의 음악을 인디 록 안에서 품어낸다. 독창적이라는 단어는 베이루트를 위한 건지도. 데뷔 당시 리더 잭 콘돈은 경이로운 십대로 일컬어졌다. 그렇다고 치기어린 것만도 아니다. 2006년 데뷔 후 세 번째 앨범을 내놓은 신인과 중견의 사이에서 여전히 독창적인 사운드로 시작을 잊지 않는다. 가디언은 '성숙한 송라이팅'이라 칭하고, NME는 '완성도 높으면서도 절제된 앨범'이라는 도장을 찍어줬다. 2011년 발매된 신작 'The Rip Tide'는 평균치 4개의 별점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궤도에 올랐다. 이 프로젝트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는 무용담은 그만이다. 직접 볼 수 있다.
1.25 / 수 20:00 / 악스 코리아 / 02.457.5114

Editor's Pick
서울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SEMF
청춘의 사운드가 여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겨울 한파가 덮친 서울에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좀 놀 줄 아는 언니들과 형들이 모이는 '글로벌 개더링'의 겨울 실내형 축제라고 보면 옳다. 움츠러든 어깨에 그루브를 일으킬 라인업도 훌륭하다. 트랜스 음악의 절대 강자 어보브 앤 비욘드, 일렉트로 펑크 듀오 크리스타 캐슬 등의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록킹한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이프, 한국 신스팝의 현 주소 몽구스, 비주얼도 아름다운 신스팝 뉴제너레이션 텔레파시 등 한국적 비트도 가세한다.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외투 속에 가벼운 옷을 걸치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1.14 / 14:00-4:00 / 일산 킨텍스 / 031.810.8114_월간 씬플레이빌 1월호


To Listen_records_귀를 기울이면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이 겨울을 견디기에 적절한 목소리들을 모았다. 이 달콤하고도 비밀스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영혼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괜찮다고.

Lioness: Hidden Treasures / 에이미 와인하우스/ 유니버설뮤직
겨우 오 개월이다. 그녀가 떠난 지. 트러블메이커이자 소울 씬의 여왕이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 듣고 있으면 달콤하고도 해로운 카페인을 연상시키는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영원히 이십대의 모습으로 정지했다. 천재 뮤지션들의 저주받은 나이 스물일곱을 역시 넘기지 못했다는 건 농담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금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녀를 미공개 모음집 앨범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앨범은 토니 베넷과 마지막으로 레코딩한 유작 'Body and Soul'을 비롯해 60년대의 클래식 두왑 넘버를 레게로 재탄생시킨 첫 번째 싱글 'Our Day Will Come', 힙합계의 음유시인 나스가 함께 작업한 'Like Smoke'를 포함,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마지막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서서히 소멸되기 보다는 한 번에 타오르는 편이 낫다'는 커트 코베인의 유명한 유서는 21세기 한 여성 아티스트의 삶으로 그대로 표현됐다. 주인 없는 집 앞에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던 술과 담배 그리고 이런 메모지가 놓여 있다. 'Good Luck for your Next Life' 남겨진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구원받겠다.

bittersweet / 랄라스윗 / 해피로봇레코드
랄라스윗, 홍대 언저리에서 회동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한 두 번은 봤을 법한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번이 정규 데뷔앨범이다. 'bittersweet'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하듯 달큼한 목소리의 외피를 벗겨내면 가사는 씁쓸한 정서로 가득하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그래서인지 멤버 본인들이 '여신'이나 '요정'으로 수렴되던 그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고 소개한다. 데뷔 앨범인 만큼 여러 가지 색채를 더하려는 흔적도 돋보인다. 사랑받고 있는 타이틀곡 '우린 지금 어디 있는 걸까'는 전형적인 독백조의 곡이라면, '태엽감기'나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는 밴드 사운드가 짙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예술적 감성이 담뿍 담겨 있다는 점이 반갑다. 특히 멤버 박별이 작사, 작곡한 '우린 지금 어디 있는 걸까'는 직접 촬영한 뮤직 페인팅 뮤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이 더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지울 수도 남길 수도 없는' 이야기는 보편적인 정서로 와 닿는다. 소녀와 여자 사이를 걷는 홍대 인디씬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성공적인 시작, 비행이다.

백야 / 짙은 / 파스텔뮤직
'페퍼톤스', '10센치'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감성의 탑을 쌓고 있는 짙은. 그들이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기타 윤형로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보컬 성용욱이 홀로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짙게 색칠한 '짙은'이 됐다. 그래서일까. 음악적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이 진해졌다. 통기타로 어루만졌던 전작과 달리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타이틀 '백야'를 비롯해 변화를 꾀한 흔적이 역력하다. 멤버의 부재는 자연스레 새로운 수혈로 채웠다. 지난 10월 일본데뷔를 마친 '센티멘탈 시너리'가 편곡과 프로듀싱으로 참여하고, 현재 홍대 인디 씬의 핫 하이콘 '칵스'의 멤버 이수륜이 세션으로 자리하면서 한층 더 짙고 넓어졌다. 그렇게 짙은이라 쓰고 어쿠스틱이라 읽었던 기존의 색깔에 다양한 음악적 시도에 공을 들였다. 어둠이 드리워지지 않는 밤 '백야'라는 앨범 타이틀이 말하듯 비일상적인 시간 속에 놓여있길 바라는 마음으로도 읽힌다.

Editor's Pick
inni / 시규어 로스 / 유니버설뮤직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북유럽 태생의 음악은 어떤 숭고함을 타고나는 걸까. 음악적 아이덴티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뷰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신께 감사드린다"는 헌사를 보내고 범세계적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조차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는 밴드 시규어 로스가 라이브 앨범으로 찾아왔다. 2008년 이후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시규어 로스를 기다리던 팬들이라면 이미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아놨을 터. 'inni'라는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이번 앨범은 공연 실황이 담긴 블루레이 DVD와 두 개의 라이브 씨디로 구성된다. 보컬 욘시의 솔로활동으로 이 값진 음악에 대한 허기를 채웠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좋은 기회다. 대표곡 'Hoppippola'를 비롯해 곡명을 자신있게 읽을 수는 없지만 익숙한 음악들로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한다.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신비한 목소리 현악기의 향연, 객석의 흥분이 공존하는 이번 앨범으로 이들의 부재를 잠시 채워도 좋다. _월간 씬플레이빌 1월호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 인간과 괴물의 우정에는 좀처럼 실패가 없다

CG빨 날리는 그림체와 '크크섬의 비밀'에 빚진 제목,
전체관람가보고 무시하지마라. 재밌다!
그리고 방심마라. 운다! ★★★+☆
뚜껑을 열기 전, 제목, 포스터, 등급 모든 게 안티다.

몬스터와 인간의 종을 뛰어넘은 우정은 언제나 감동을 수반한다. 미하엘 엔데 워작의 <네버 엔딩 스토리>, 스필버그의 <이티>로 시작해 <아이스 에이지>를 거쳐 <몬스터 주식회사>, <드래곤 길들이기>로 넘어오는 이 이야기는 특히 판타지, SF, 애니메이션에서는 하위 장르로 분류해도 될 정도다.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이하 <프렌즈>)은 몬스터와 인간 사이에 친구 맺기라는 성공적인 클리셰에 3D를 접목했다. 물론 유사하다고해서 평가절하 할 이유는 없다.

3D 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에 애니메이션으로서 유일하게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건 저패니메이션이다. <프렌즈>는 현재 전 세계 영화계가 열 올리는 최전선 3D에 도깨비라는 민속적인 요소를 이야기투르기로 결합했다. 1883년 출간된 동화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를 원작으로 삼아 일본 전통의 정서를 녹였다. 저패니메이션은 꾸준히 요괴, 도깨비와 친화적인 일본문화를 실어왔다. 민속우화와 애니메이션가 결합한 성공적인 본보기로는 하야오 월드의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물론 유럽풍의 캐릭터나 건물 배경도 많지만)과 <갓파쿠와 여름방학을>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렌즈>의 몬스터 섬을 떠다니는 미생물에서는 하야오 월드의 <이웃집 토토로> 속 마크로크로스케나 <원령공주> 숲속 정령 등의 익숙한 흔적이 지나간다. 하지만 <프렌즈>는 현재 저패니메이션의 거물 지브리와 매드하우스에 빚을 지지 않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완성했다.

<프렌즈> 속 인간이 사는 섬과 괴물들이 사는 섬은 지척에 있지만 왕래가 끊긴 지 오래다. 어린 형제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버섯을 따러 금지된 섬에 방문한다. 몬스터 나키(카토리 싱고)는 인간아이에게 잔뜩 겁을 주고 쫓아버린다. 하지만 형이 도망가는 사이 아기 코타케(신도 유나)는 얼떨결에 섬에 남으면서 몬스터 나키와 인간 아기 코타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프렌즈>의 몬스터 섬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건너편 인간들의 세계는 무채색 일색이다. 마치 팀 버튼의 <유령신부> 속 무기력한 인간 세계와 활기찬 유령 세계를 보는 듯하다. 인간들의 눈에 무시무시한 소수자 몬스터가 주인공 자리를 획득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이 이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쏟아지는 3D 애니메이션 행렬 덕에 입체감은 나무랄 데 없지만 이야기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함량미달 애니메이션도 늘어나고 있다. <프렌즈>는 역설적으로 CG의 재질이 강해지면서 따스한 이야기가 손해를 보는 격이다. 이야기는 단출하면서 강하다. 복잡다단한 갈등을 배제했지만 전체관람가 등급이 무색하게도 진한 감성을 자아낸다. 3D효과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3D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 어두운 화면을 밝게 해결했다. <아바타>가 전투기와 익룡 토르크의 공중비행으로 유감없이 3D를 발휘했듯이 <프렌즈>는 몬스터의 활강과 점프로 입체감을 십분 발휘했다. 모처럼 어른과 아이와 함께 만족할 애니메이션이다. 그래도 신뢰가 필요하다면 감독의 이름을 보증수표로 제시해도 좋다. <올웨이즈 - 3번가의 석양> 시리즈로 일본 아카데미 각본상 감독상을 수상한 타카시 야마자키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뜨거운 눈물 한 움큼이 아깝지 않은 전체관람가 영화다._무비스트

Friends : Naki on the Monster island
뱀발.
정말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아니 기대는 제로였죠. 어른이라면 좀처럼 재미를 찾기 힘든 완벽한 유아용 만화라고 생각하고 괴로울 상영시간이 그나마 짧은 데 위안을 얻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재밌어요! 심지어 울었습니다. 선입견이란 무섭습니다. 그리고 위험한 겁니다. 섣불리 재미없는 영화라는 낙인을 찍고 말았어요. 충분히 재미있고 이야기도 유려합니다.


<앨빈과 슈퍼밴드 3> 그 섬에는 왜 갔나

웃어주기엔 한 없이 어설픈 패러디 지수 ★*☆☆☆
<아이스 에이지>를 제외하곤 약해빠진 20세기폭스 애니메이션의 현주소
나름 귀엽게 들렸던 헬륨 목소리도 3절은 지겹다

영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통통한 엉덩이를 흔드는 귀염둥이들, <앨빈과 슈퍼밴드>가 돌아왔다. <앨빈과 슈퍼밴드>는 <아이스 에이지>, <가필드>와 함께 21세기 폭스의 효자 시리즈물 중 하나다. 디즈니와 픽사, 그리고 치고 올라오는 드림웍스까지 영리한 이야기로 어린이와 성인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그 사이에서 <앨빈과 슈퍼밴드>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 영화는 숲 속에서 오순도순 살던 칩멍크 형제가 벌목으로 집을 잃고 인간남자의 집에서 살게 된 이야기, 혹은 어찌됐건 다람쥐들이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이야기다. 시리즈 첫 편은 동물이 말을 하는 아동 친화적 콘셉트에 가렸지만 돈에 눈 먼 아이돌 산업을 향한 날선 메타포가 의외였다.(카페인 커피를 복용시키고 과도한 투어를 감행하다 급기야 립싱크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음반제작자가 칩멍크 형제들을 부려먹는다) <앨빈과 슈퍼밴드> 또한 시리즈물의 전형을 그대로 밟는다. 1편이 가족용, 2편은 학교로 무대를 옮기고 하이틴무비로 노선을 갈아탔다면, 3편은 어드벤처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나마 시리즈 중 가장 볼만했던 1편 이후로는 물론 볼거리로 승부한다.

다람쥐 세 마리에, 다시 세 마리를 추가한 시리즈가 택한 생존방식은 서바이벌이다. 주먹만 한 털 복숭이 엉덩이를 흔드는 다람쥐는 여전히 귀엽다. 하지만 음악, 댄스로는 역시 부족했는지 3편은 무인도에서 서바이벌을 시작한다. 생존게임이 각광받는 시대, 다람쥐들도 기꺼이 이 시류에 파도를 탄다. 그리고 어른 관객도 즐길만한 잔잔한 패러디가 추가된다. <로스트> 무인도를 배경으로 <아이스 에이지>의 도토리를 차용해 '마이 프레셔스'를 외치면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손쉽게 소환하는 식이다. 그밖에도 <슈렉>, <캐스트 어웨이> 등이 등장해 큰 웃음 없이 소소한 패러디의 향연을 전시한다.

시리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뮤지컬 영화 형식을 적극적으로 취한다는 것이다. 최근 디즈니조차 스스로 <마법에 걸린 사랑>을 통해 자사 영화들을 패러디했던 그 법칙, 외로워도 슬퍼도 배고파도 우직할 만큼 노래하고 춤춘다. 3편의 연출은 창대했던 시작에 비하면 끝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슈렉 포에버>의 감독 마이크 미첼이 맡았다. <앨빈과 슈퍼밴드 3> 또한 <슈렉> 시리즈 피날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를 받겠다. 시리즈 마지막(으로 보이는) 편을 봉합하기 위해 활화산이 용암을 분출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도 말이다. 호화로운 크루즈 여행과 무인도 어드벤처물로 스케일을 올린 이번 편은 1편과 2편 중간 스코어에 만족해야겠다. 물론 나들이용 가족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폭력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크게 재미있지도 않으니까._무비스트

(Alvin And The Chipmunks: Chip-Wrecked, 2011)
뱀발.
셔플댄스 추는 다람쥐들이 보고 싶다면, 가필드, 꼬마돼지 베이브... 말하는 동물에 유독 약한 당신이라면... 아 그래도 별 재미없어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괜히 뭉클해지는 이 시리즈 만화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아쉽겠지만 이 실사판(CG와 만난)은 이번이 마지막이겠죠(설마 또 나올까.) 


피핑톰

‎1. 일요일낮 한시약속 이런 건 거의 새벽수련 아침조깅 뭐 그런 거 아닌가. 잠은 노력하면 더 반항적으로 안 온다. 게다가 눈이 온단 말이지. 눈온 다음 날 명동에 가야한다니 지지리 복도 없다. 수리아빠가 즐겁게 해주시겠지..

2. 사실 생각날 때마다 훔쳐보는 트윗이 하나 있다. 꾸준히 팔로는 아니 하고. 구남친 미니홈피 훔쳐보던 오년 전 청춘의 흔한 풍경 돋는다.(물론 구남친은 아니다)

3. 이번 주는 와인하우스 윌 유 스틸 러브 미 투모로우 기간인가. 라디오에서 주구장창 튼다. 듣다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떠나도 날 기억해줄건가요? 가사가 그런 식으로 들린다. 아티스트가 요절하면 그가 작품에 의도치 않게 남기는 프리미엄같은 게 되는듯(쓰고보니 병맛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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