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늙음, 우리의 죽음

여성주의 저널 <일다> 기사_
"아무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갈 때 <오지 않은 미래의 발견> 나이듦과 사랑과 죽음, 그리고 반려" 중에서_ http://t.co/lDbfYkQ8hW

'인간의 위엄을, 평생 추구하고 지키려 애썼던 그 삶의 속살을 완전히 파괴당하지 않은 채 노년을 보내고 죽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삶을 완성한 사람일 것이다.'

'가족이나 친지를 비롯해 공동체가 붕괴된, 계속해서 붕괴되고 있는 현대에 존엄 한 조각을 심장처럼 움켜쥐고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소수의 사치와 향락이 되어 가고 있다.'

'웰 다잉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잘 죽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살아온 것에 맞게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눈 앞의 행복과 향락보다 타자가 되지 않는 죽음을 내다보는 나이가 되었다. 도린과 고르, 안느와 조르주. 이들의 죽어가는 삶에서 아직 오지 않는, 하지만 필연적으로 닥쳐올 나의 죽음을 본다. 인생의 푸른 날을 지나 사회언저리로 비껴나야만 할 때 고독하고 가난하고 비참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내가 죽어갈 때 부디 평생 함께 한 존엄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에 <아무르>개봉 당시 썼던 리뷰 기사에도 고르의 를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저 책을 읽고 저 영화를 본다면 연상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 때는 입신양명과 정점을 찍는 것이 삶의 목표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살아보니 채워가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며 서서히 비워가는 방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는 값싼 젊음을 원하고 나이가 들수록 설 자리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적요하고 가난한 행복을 어떻게 누리고 살아갈 수 있을지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자 인생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연극 <웃음의 대학> 웃음, 혁명의 또 다른 이름

작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대치중이다. 근엄한 표정을 한 검열관과 초조하게 대본을 부여잡고 있는 작가다. 때는 1940년 장소는 보안과 어느 검열관의 사무실이다. 시대적 암울함은 연극판에도 깃들어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극단 <웃음의 대학> 작가 츠바키는 새로 부임한 검열관 사키사카에게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타코야키’까지 사들고 왔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공연불가다. 도무지 웃을 수 없다는 이유다. 연극과는 평생 담 쌓고 살았다는 검열관은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저속한 희극"이라며 이왕이면 "애국심이나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햄릿>같은 작품을 써 달라" 요구한다. 안타깝게도 작가가 들고 간 대본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말이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작가와 검열관이라는 권력의 양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보내는 7일을 쫓는다. 같은 장소, 단 두 명의 배우, 달력이 넘어가는 것을 빼고는 구분 짓기 어려운 비슷한 날의 연속이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방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결국 <햄릿과 줄리엣>이 된 이상야릇한 극본에는 검열관의 거듭된 수정 요구로 "천황, 폐하, 만세"라는 세 마리의 말이 나타나기도 하고 나카무라라는 이름의 순경도 등장한다. 애초에 불가능했던 수정 요구를 작가는 지칠 줄 모르는 집념으로 받아들여 희극적 요소로 녹인다. 그의 열정에 감복한 검열관 또한 어느 순간부터 넌지시 의견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후 견고한 성벽에 일어난 작은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검열관이 독자, 작가, 그리고 급기야 배우가 되어 대본을 맞추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리하여 평생 단 한 번도 크게 웃어본 적 없다는 남자를 정확히 여든 세 번이나 웃게 만드는 완벽한 희극이 탄생한다.
연극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더 우쵸우텐 호텔>, <매직 아워> 등 작가 미타니 코키 작품의 전매특허 코미디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웃음이 값진 이유는 포복절도 뒤에 남는 진한 페이소스 때문이다. <웃음의 대학>은 미타니 코키가 40년대 희극 왕이라 불렸던 선배작가에 대한 헌사로 탄생했다. 실재했던 선배작가는 혹독한 검열의 상황 속에서도 희극의 전성기를 이끌며 끝까지 펜을 꺾지 않다가 35살에 징집되어 전쟁터에서 숨을 거뒀다. 연극에는 등장하지 않는 숨겨진 결말을 몰라도 우리는 징집봉투를 들고 씩씩하게 문을 나서는 작가의 등 뒤에서 눈물을 훔치게 된다. 애국심 고취를 외치던 검열관조차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칠 생각 따위 하지도 말라"고 당부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을 본다. 웃음을 검열하는 극적 설정이 단지 희극을 위한 소재로만 보이지 않는 시대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웃음이란 혁명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권력을 상징하는 검열관이 거짓말처럼 변했듯이 웃음은 사람을 움직이고 사회를 흔든다._guest editor_양현주 공연월간 씬플레이빌(
www.sceneclub.com) 1월호

연극 <웃음의 대학>
공연기간: 2013.11.8.-2014.2.23
공연시간: 화-금 20:00 토 15:00 18:00 일·공휴일 14:00 17:00
공연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원   작: 미타니 코키
연   출: 김낙형
출    연: 송영창 서현철 조재윤 김승대 정태우 류덕환
제    작: (주)연극열전 (주)적도
티    켓: R석 4만5천원 S석 3만5천원
문    의: 02.766.6007(연극열전)

INFORMATION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일본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현실을 희극적으로 뽑아냈다. 지칠 줄 모르는 집념으로 웃음을 사수했던 희극작가 츠바키 하지메는 당시 실존했던 전설적인 희극 왕 에모토 켄이치를 모델로 삼은 인물이다. 그가 만든 극단 엔켄은 정부의 혹독한 검열을 뚫고 일본 희극 전성기를 이뤘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 공연되지 못하고 검열관의 서랍 속에서 잠든 완벽한 희극 정신은 반백년 후 <웃음의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이번 무대는 2008년 초연의 분위기로 다시 되돌아가겠다는 김낙형 연출의 의지가 묻어난다. 매 시즌 빠짐없이 서슬 퍼런 검열관을 연기했던 배우 송영창과 함께 미타니 코키의 <너와 함께라면> 초연을 이끌었던 대학로 ‘희극지왕’ 서현철, 그리고 드라마 <추적자>, <구가의서> 등에 출연한 조재윤이 새롭게 합류했다. 집념의 작가로는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의 김승대와 연극 <에쿠우스>에 더블 캐스팅됐던 정태우, 류덕환이 함께 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그럼에도 꿈을 꿀 용기

꿈을 꾸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모두가 이성과 현실을 이야기하는 21세기에 이상주의라는 단어는 고루한 유물이 되었다. 걷어차이다 바닥에 떨어진 꿈을 꺼내들기 위해서는 그것이 곧 현실로 둔갑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무모하게도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노래한다. 캄캄한 지하 감옥 속, 한 남자가 잡혀 들어온다. 이름은 세르반테스, 그는 스스로를 시인이자 극작가, 그리고 세무관이라 소개한다. 죄수들은 이 몰락한 귀족 출신의 작가를 "이상주의자 엉터리 글쟁이"라며 자신들만의 재판으로 기소한다. 남자는 스스로를 항변하기 위해 그가 쓴 이야기 <돈키호테>를 꺼내든다. 작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극중극 형태의 뮤지컬은 이룰 수 없는 꿈도, 이길 수 없는 싸움도, 견딜 수 없는 슬픔도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라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이토록 용기를 북돋는 목소리는 광인의 것이다. 기사문학에 심취한 나머지 결국 미쳐서 스스로를 기사라 믿어버린 노인 알론조 키하나를 두고 세상은 비난과 야유, 조롱을 퍼붓는다. 그 불신의 최전선에 알돈자가 있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에서는 미지의 존재로만 그려지는 둘시네아가 주막집 하녀이자 창녀 알돈자라는 옷을 입고 돈키호테 앞에 서 있다. 닳고 닳은 그녀에게 돈키호테의 꿈 타령은 한심할 따름이다. 하지만 미친 광인의 노래는 얼어붙은 알돈자의 마음마저 녹이기 시작한다. 비록 미친 자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이라 해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심은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가 노래하는 꿈이란 골방에서 피어난 화초가 아니라 들판 한가운데에서 모진 풍파를 겪고도 살아남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작가 세르반테스는 평생 정규 교육을 받지 못 했고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다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4년간 노예생활까지 했다. 네 번의 탈출 시도는 혹독한 고문으로 육체를 옮아 맸고 극적으로 풀려난 후에도 감옥에 여러 차례 투옥된다. 이토록 파란 많은 삶을 살고도 여전히 꿈을 이야기하는 이의 노래를 멈출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가혹하다. 돈키호테가 돌진하는 괴수거인은 풍차였고 황금 투구는 세숫대야가 되어버리는 초라한 현실에서 꿈 따위는 쉽게 버려진다. 그래서 집시 떼에게 가진 걸 모두 털려도 웃고야 마는 돈키호테의 무한긍정은 도리어 숭고하게 느껴진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문장은 일생동안 가혹한 운명의 포로가 되었던 작가가 마지막까지 사수했던 생명선이다. 사실 우리의 의식은 이상의 극단에 서 있는 돈키호테보다 불신으로 가득 찬 알돈자에 가깝다. 비난은 쉽지만 믿음은 어려운 법이니까. 그녀가 돈키호테의 세상 속으로 투신하는 순간 비극은 또 다른 해피엔딩으로 승리한다. 알돈자가 스스로를 둘시네아라 부를 때, 우리는 웃는 얼굴로 눈물 흘릴 수 있다. 꿈을 꿀 용기란 결국 희망을 말한다. _guest editor_양현주 공연월간 씬플레이빌(www.sceneclub.com) 1월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공연기간: 2013.11.19-2014.2.9
공연시간: 화-금 20:00 토 15:00 19:30 일·공휴일 14:00 18:30
공연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   작: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연   출: 데이비드 스완
출    연: 김종구 이규형 김대종 장우수 백은혜 윤현민 문상현 박훈 정연
제    작: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Broadway Overseas Management
티    켓: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문    의: 1588.5212

INFORMATION
1605년 출간된 원작소설은 표면적으로는 기사가 되고 싶었던 볼품없는 광인을 통해 귀족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한다. 당시 토마스 모어가 이상적 국가상을 그린 <유토피아>을 감명 깊게 읽은 세르반테스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광인의 입을 빌어 종교의 자유와 계급제도의 허상, 세습제 폐지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제를 풍자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뮤지컬로 건너온 돈키호테는 현실주의에 맞서서 꿈을 노래하는 이상주의를 지지한다. 데일 와써맨이 자신의 1959년 텔레비전 드라마를 각색해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2005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인 무대에서는 정성화와 조승우가 다시 라만차의 기사가 되어 돌진한다. 영원한 산초 이훈진과 알돈자 김선영 역시 재합류했고, 정상훈과 이영미가 새롭게 캐스팅됐다. 최근 최첨단 무대 장치를 통해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뮤지컬들과 달리 쇼 적인 부분은 다소 약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만의 힘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뜨린다. 처음 봐도 두 번 봐도 역시나 손수건은 필수다.


연극 <퍼즐> 죄의식의 나비효과

퍼즐은 사실 두뇌가 아닌 인내심을 요하는 게임이다. 아귀에 맞는 조각을 찾을 때까지 하나하나 맞춰가는 수밖에는 없다. 연극 <퍼즐> 또한 어지러운 단서들을 흩뿌려두고 관객에게 각자의 그림을 완성하도록 부추긴다. 사이먼은 한밤 중 병실에서 깨어난다. 모리슨 의사는 그가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약 2분간 심장이 정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날 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이먼과 달리 의사는 독극물이 주입되어 실려 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어젯밤의 교통사고란 정확히 2년 전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2000년과 2002년 사이 2년의 공백을 안고 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2년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내가 생겼고 형이 죽었으며 사랑하는 애인이 따로 있다. 아내라는 여자는 보자마자 남자에게 따귀를 날리고 애인은 알고 보니 형의 여자다. 게다가 형의 죽음은 자신과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감정은 사전 정보 없이 이야기를 따르는 관객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연극은 영화 <아이덴티티>, <쉘터> 등으로 유명한 극작가 마이클 쿠니의 작품으로 라이언 필립이 주연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원제 <포인트 오브 데스>에서 <아이 인사이드>로 제목을 바꾼 영화는 순간의 미학을 그리는 연극보다는 전반적으로 친절하다. 영화가 클로즈업과 플래시백을 통해 명확하게 결말로 인도한다면 연극은 미스터리 스릴러다운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무대에서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2000년과 2002년을 오갈 수 있다는 설정을 주인공이 인지하고 시간여행을 주체적으로 감행하면서 그의 의지에 힘을 실어준다. 불행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현실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과율의 법칙 속에서 사람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방식은 영화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좋다. 연극은 또한 극적 전개를 위해 캐릭터에 살을 붙이기도 하고 덜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다듬었다. 빗소리, 심장박동 소리, 앰뷸런스 등의 음향이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미스터리를 몰고 간다. 암전 후 붕대가 천장에서 내려오거나, 긴장이 고조될 때 종소리를 울리면서 고전적인 공포 효과도 가미한다. 연극적인 방식을 취해 장르적 특색을 강화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글자에 방점을 찍고 간간이 서스펜스라는 무기를 꺼내들어 관객을 주무른다. 2000년과 2002년,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간대는 푸른색과 노란 색 조명으로 변화를 주어 구분하도록 돕지만 한편으로는 죄의식이라는 원작의 가장 큰 테마를 희석시키고 주인공의 악랄한 내면에 집중한다. 이 난해한 시간여행의 끝을 열린 결말로 봐도 무방하겠지만 사실 모든 단서는 심장 정지 후 2분이라는 시간 속에 있다. 여전히 모호한 결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관객이 있다면 연극의 원제를 다시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www.sceneclub.com) 1월호

연극 <퍼즐>
공연기간: 2013.11.21.-2014.3.2
공연시간: 화-금 20:00 토 16:00 19:00 일·공휴일 15:00 18:00
공연장소: 대학로 해피씨어터
원   작: 마이클 쿠니
각본·연출: 이현규
출    연: 장현덕 임강성 전병욱 박훈 원종환 강기영 김나미 정보름 양영미 김단비 장혜성 함시훈
제    작: 파파프로덕션
티    켓: R석 3만5천원 S석 2만5천원
문    의: 02.747.2090(파파프로덕션)

INFORMATION
원작자 마이클 쿠니의 대표작 <아이덴티티>를 떠올려보자. 인간 심리와 죄의식, 다중인격 등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이번 작품에도 머릿속 의식의 장난을 치밀하게 구상했다. 교통사고(Traffic Accident)로 실려 온 사이먼이 간호사 트레비스(Travis)를 만나고 제세동기를 심장에 갖다 대고 클리어(Clear)를 외친 후 의식을 되찾은 사이먼에게 형의 애인 클레어(Clare)가 찾아온다. 그리고 2000년과 2002년 이라는 시간 사이 2라는 숫자에는 사이먼의 심박이 멈춘 시간 20:00과 다시 살아난 20:02가 연결된다. 이쯤에서 결정적 힌트를 밝히자면 한마디로 2분이라는 시간동안 사이먼의 뇌가 주워 담은 단서가 뒤엉키면서 2002년의 극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 사실 2000년 형을 싣고 달리던 사이먼의 차와 클레어의 차가 충돌하면서 세 사람이 모두 죽어버리는 영화의 결말과는 미세하게 비껴가지만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에 충실하게 각색되었다.


Dictionary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숙명이라는 단어의 무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A to Z

빅토르 위고의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장발장이라는 죄인과 콰지모도라는 애꾸눈 꼽추가 숭고한 희생을 치르는 모습에 눈물을 훔치지만, 그 배경 너머로 우리는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눈물 또한 본다. 프랑스 국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격변기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21세기 무대언어로 옮겼다. _guest editor_양현주 공연월간 씬플레이빌(www.sceneclub.com) 1월호
ANArKH 숙명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벽면에 새겨져 있는 글자를 발견한다. 아나키아, 그리스어로 숙명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를 보고 이야기를 구상했다.
Belle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뜻의 프랑스어이자 에스메랄다를 향해 세 남자가 부르는 삼중창. 군인 페뷔스와 대주교 프롤로가 테너와 바리톤을 맡고 콰지모도가 베이스로 화음을 쌓아 엇갈리는 세 남자의 감정을 토해낸다.
Cathedrale 대성당
시인 그랭구와르의 노래 '대성당들의 시대'는 종교가 지배하는 시대가 왔음을 노래하며 뮤지컬의 문을 연다. 동시에 언젠가는 무너질 대성당의 시대를 예고하기도 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시대적 배경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
Desire 욕망
떠돌이 집시여인의 아름다움에 주교는 숨겨둔 탐욕을 드러내고, 페뷔스는 약혼녀마저 잊은 채 빠져들며, 집시의 지도자 클로팽은 그녀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콰지모도는 그녀를 향한 사랑으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본다. 사랑, 광기, 증오가 얽혀드는 욕망의 대서사시.
Energetic 역동적인 춤
벽을 오르내리고 줄에 매달리는 아크로바틱한 안무가 파리 뒷골목의 거친 정서를 대변한다. 스턴트맨에 가까운 몸짓을 위해 뮤지컬은 노래하는 앙상블과 무용수를 분리시켜 전문성을 높였다. 12명의 댄서, 4명의 아크로바틱 무용수, 그리고 브레이크댄서 한 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은 고전 현대무용, 아크로바트와 브레이크댄스가 어우러지는 역동적 무대를 완성한다.
French Musical 프랑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영국 뮤지컬의 자존심이라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가 뮤지컬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는 가운데 역사가 오래지 않은 프랑스 뮤지컬이 확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는 작품. 뮤지컬의 성공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등 고전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들이 프랑스 뮤지컬만의 감성을 이어왔다.
Gringoire 그랭구와르
극중 화자이자 관객을 위한 친절한 안내자인 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뮤지컬은 그의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된다.
Hugo 빅토르 위고
프랑스 대문호. 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시인이고 화가이자 정치인으로 세상에 뛰어들었던 열정적 인물이다. 당시 글을 아는 프랑스 사람은 모두 읽었다는 <레미제라블>과 함께 <노트르담 드 파리> 또한 2세기를 넘어 뮤지컬로 현대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Innocence 순수
꼽추에 귀머거리, 애꾸눈 절름발이, 그리고 괴물이라 불리는 종지기 콰지모도에게서 추악한 얼굴을 본다. 하지만 세상이 돌을 던진다 해도 그가 가진 영혼이 누구보다 숭고하다는 아이러니에 우리는 끝내 눈물을 훔친다.
Judge 심판
욕정에 눈이 먼 주교가 페뷔스를 칼로 찌르고 에스메랄다에게 죄목을 씌워 감옥에 가둔다. 당시 마녀재판의 재물이 되기 십상이었던 집시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희생양이 된다.
Keyword 키워드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파리 뒷골목 이야기 속에는 협잡과 살인, 배신, 탐욕이 뒤엉킨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슴에 남기고 오는 것은 사랑이다. 콰지모도의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은 처연하고 아름답다.
Literature 문학
1831년 출간된 소설은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알려져 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은 가장 먼저 원작자 위고에 의해 오페라각본으로 쓰이면서 첫 번째 장르 변신이 시도됐다. 현재까지 영화로는 디즈니애니메이션을 포함해 10여 편 이상이 제작됐다.
Maria 성모 마리아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실제 성당은 가장 대표적인 고딕 양식 건축물로 신에게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의지가 담겨있는 뾰족하고 높은 첨탑이 특징이다. 입장은 무료지만 뮤지컬에도 등장하는 가고일(괴물 형상의 조각상)을 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한다는 사실.
Numbers 기록들
경이적인 기록들. 자국 사백만, 전 세계 천만 관객 동원, 그리고 공연 일 년 전 미리 발매된 OST는 발매 첫 주부터 17주간 프랑스 차트 1위를 기록했다.
Onstage 무대 위
화려한 회전무대, 최첨단 특수효과는 없다. 대신 원작의 정신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학성이 무대를 가로지른다. 역사적 고증으로 시대를 재현하기보다는 잿빛 성당 벽과 천장에 매달려 있는 100kg이 넘는 대형 종으로 상징하고 은유한다.
Premiere 초연
1998년 9월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초연 후 7년만인 2005년 2월 한국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Quotes from Victor Hugo 위고의 명언
“매일 웃자. 웃음은 인류로부터 겨울을 몰아내는 태양이다”, “사람들은 강인함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가 부족하다”,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Renaissance 르네상스
르네상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신문의 전신인 팸플릿, 신대륙의 발견 등 뮤지컬에는 잘 알려진 역사의 파편들이 등장한다.
Sung-Through 송 스루
대사 없이 54곡의 아리아로 이야기를 대신하는 뮤지컬로, 위고의 또 다른 원작 뮤지컬 <레미제라블> 또한 송 스루로 진행된다.
tragedy 비극
화답 받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져버린 사랑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지만 그녀를 안고 콰지모도가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는 비극의 정점을 찍는다.
Upcoming Stage 차기공연
2013년 9월 서울에서 시작된 이번 시즌 한국어 공연은 새해에 접어들어 2월까지 전국 순회를 돌고 육 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Vivre 살리라
2막 후반부 에스메랄다의 삶을 향한 의지가 녹아드는 노래로 셀린 디온이 영어버전 'Live for the one I love'로 번안해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Will 유언
"신과 영혼, 책임감. 이 세 가지 사상만 있으면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충분했다. 그것이 진정한 종교다. 진리, 광명, 정의와 양심, 그것이 바로 신이다." 위고의 유언장 중.
'X'tra 엑스트라
이방인, 뮤지컬을 이야기할 빠뜨릴 수 없는 단어다. 프랑스 주류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교도, 집시 여인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랑이 유명한 테마지만, 사실상 15세기 노트르담 성당 주변의 걸인들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풍자한다.
Yearning 동경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 앞에서 흔들리는 주교의 모습은 시대적 변화를 투영한 것. 자유와 사랑 앞에서 종교적 교리와 법으로 무장한 사회가 서서히 균열하고 있다는 증거다.
Zetigeist 시대정신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까지,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로 시대와 역사를 대변해왔다. 한 비평가의 말대로 "위고는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디킨스처럼 보편성을 추구한" 마지막 작가다. 사랑과 희생정신, 연대와 혁명, 무엇을 읽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지만, 눈물로 환원되는 감상을 넘어 현실도 안녕하기를 바라는 시대정신이 이어지기를 작가 또한 바라지 않을까.
2014.1.24.-1.26│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080.481.4000


To Watch Movie_마음을 열면

2014년 새해를 여는 테마는 ‘오픈’이다.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지금, 마음을 열라고 말하는 영화들을 모았다. _공연월간 씬플레이빌(www.sceneclub.com) 1월호

이 남자의 위대한 일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벤 스틸러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단어는 코미디다. <미트 페어런츠>시리즈나 <쥬랜더>와 같은 화장실 코미디로 쌓아온 이미지겠지만, 견고한 필모그래피 사이에서 감독작 <청춘 스케치>를 기억한다면 모처럼 그가 메가폰을 잡고 주연한 신작이 반가울 터. 영화는 1939년 발표된 제임스 서버의 대표작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을 원작으로 삼았다. 월터는 16년간 잡지 <라이프>의 견실한 포토에디터로 살아왔지만 어느 날 잡지사가 매각되면서 정리 해고된다. 마지막 판본까지 사명감을 갖고 만들겠다는 생각이지만 표지로 결정한 필름이 사라진다. 매일 에베레스트, 태평양 한복판으로 날아가는 모험을 상상했던 월터는 결국 핸드폰조차 사용하지 않는 전설적 사진작가를 찾아나서는 진짜 여정에 오른다. 한때 청춘을 스케치하던 이들도 중년이 되었다. MTV의 수혜를 받고 신인류로 칭해지던 X세대도 일상에 함몰되어 살아가기 바쁜 현재, 벤 스틸러는 기나긴 여정에 나서는 주인공을 통해 잃어버린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다시 말한다. 비현실적이고도 환상적인 이미지와 현실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야기에서 20년 전 "담배 한 모금, 커피 한 잔, 약간의 대화, 너와 나, 그리고 5달러"면 충분하다던 지나간 청춘의 그림자도 확인할 수 있다.
장르 드라마 판타지|감독 벤 스틸러|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개봉 12.31

성인용 관계학 개론 <돈 존>
돈 존은 클럽에서 만난 상대와 보내는 하룻밤을 즐긴다. 물론 연락처 따위 묻지 않으니 성가신 데이트는 없다. 복잡한 관계보다는 쾌락을 즐기는 데 정통한 남자, 돈 존은 애인보다 포르노가 더 좋다. 클릭 한 번이면 간편하게 욕구가 해결되고, 데이트비용이나 매너 따위 필요 없는 맞춤형 애인이나 다름없으니까. 영화 <돈 존>은 조셉 고든 레빗이 희대의 바람둥이 돈 주앙에서 모티브를 따와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감독 데뷔작이다. 전설로 통하는 악명 높은 호색한이 현대로 건너와 야동을 탐닉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킬링 타임용 코미디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성숙한 관계학 개론으로 이끈다. 이상형의 여자를 품고도 포르노를 끊지 못하는 남자와 자신의 요구대로 남자가 움직이기를 바라는 여자의 심리는 일맥상통한다. 그러니까 일방통행. 연애란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 이후에도 관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상대와 의견을 조율해야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던가. <500일의 썸머> 속 일편단심 톰에게 익숙하다면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조셉 고든 레빗의 모습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이기적인 연애는 결국 짝사랑과 다를 바 없지 않던가.
장르 코미디 로맨스|감독 조셉 고든 레빗|출연 조셉 고든 레빗 스칼렛 요한슨 줄리앤 무어|개봉 1.9

가장 정적인 뱀파이어 로맨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90년대 <드라큘라>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훑고 지나갔던 뱀파이어 열풍도 할리퀸 로맨스와 결합시킨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끓어올랐다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미 단물 다 빠진 트렌드의 후발주자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짐 자무쉬가 만든 뱀파이어 로맨스라면 더더욱. <천국보다 낯선>, <다운 바이 로>, <커피와 담배>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 인디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가 <리미츠 오브 컨트롤> 이후 4년 만에 뱀파이어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수긍이 가는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턴을 대동하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뱀파이어 커플의 일상을 쫓는다. 디트로이트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생활하는 아담은 사건사고가 범람하는 인간세상의 흥망성쇠에 염증을 느낀다. 그를 위해 모로코 탕헤르에서 날아온 오래된 연인 이브와 재회하지만 죽음의 기운이 감돈다. 혈흔이 낭자하고 스피디한 편집으로 무장한 뱀파이어 장르물에 익숙하다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해야겠다. 속사포 대사보다는 미니멀한 이미지가 지배하는 짐 자무쉬의 세계에서 장르적 클리셰는 통하지 않는다.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정적인 뱀파이어 로맨스로 기록될 테니 말이다.
장르 로맨스|감독 짐 자무쉬|출연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 미아 와시코브스카|개봉 1.9


2013년의 아이콘은 누구였나 <KT&G 상상마당 배우기획전>
개봉 일주일이면 '퐁당퐁당(교차상영)'을 일삼는 멀티플렉스의 시대에서 손꼽았던 영화들이 우수수 막을 내리는 통에 놓치기 일쑤였다면 모처럼 소원풀이 할 기회가 왔다.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2013년 영화계를 빛낸 얼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관객 2억 명 돌파, 아시아 문화 강국이라는 허울 좋은 수식어 뒤에서 상이 범람하는 연말연시다. 영화는 대중예술인 만큼 시상식의 주연상 행방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사실. 하지만 내가 뽑는 올해의 주연상을 가슴에 품고 다시한번 스크린으로 곱씹는 자리라면 격한 반대나 비난은 없겠다. KT&G 상상마당에서 1월 5일까지 열리는 배우 기획전은 한해를 빛냈던 수작들과 얼굴들을 모았다. ‘2013년 시네 아이콘은 누구 였나’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배우의 연대기로 새해를 연다. 2013년을 대표하는 배우로는 <우리 선희>의 정유미와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그리고 <러스트 앤 본>의 마리옹 꼬띠아르와 <쇼를 사랑한 남자>의 마이클 더글라스가 영예의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뒤를 있는 씨네 아이콘들로는 독립영화계의 여신 한예리가 여진구와 함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월 플라워>의 아즈라 밀러와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의 안내자였던 데인 드한이, 그리고 모처럼 폭발하는 에너지를 쏟아내는 독립영화 <잉투기>의 류혜영 등이 손꼽혔다. 그밖에도 미술관을 통째로 삼킨 신작으로 <샐리에 관한 모든 것>과 <뮤지엄 아워스>도 상영된다.

정유미의 <우리 선희>
‘폴라로이드’를 가슴에 품고 넌지시 작동 법을 묻던 소녀는 ‘깡패 같은’ 애인을 거쳐 ‘직장의 신’이 되었다. 일찍이 독립영화계에서 이미 진가를 발견하고 한 평론가에게 "한국의 이자벨 위뻬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이 소심한 여배우는 홍상수를 만나 20대 여자의 어떤 얼굴을 대변한다. 세 남자 사이에서 전혀 다른 선희가 되는 "조금은 내성적이지만 안목이 좋고 가끔은 ‘또라이’ 같은" 여자 아이를 우리가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겠나.

하정우의 <더 테러 라이브>
"잠시 후 한강다리를 폭파 하겠습니다" 이후 의연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머리에 ‘무스’를 바르던 좌천된 국민앵커, 하정우가 아닌 다른 얼굴은 상상할 수 없다. 테러협박을 생방송뉴스 앵커자리를 향한 발판으로 삼아 뛰어오르려던 욕망은 하정우이기에 가능하다. <멋진 하루>의 능글맞음, <황해>의 집요함, <베를린>의 명민함을 한방에 터뜨리는 근사한 원맨쇼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러스트 앤 본>
일찍이 <택시>나 <러브 미 이프 유 대어>등의 프랑스 영화에서 처음 만났던 그녀가 이토록 오랜 동안 살아남아 이름을 각인시킬 줄은 몰랐다. 아마도 <라비 앙 로즈>를 여전히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는다면, <러스트 앤 본>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온 몸으로 토해내는 고통을 적확하게 표현한 현재의 대표작이라 꼽고 싶다. 가슴을 훑는 통속이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쇼를 사랑한 남자>
휘황한 조명, 번쩍이는 의상을 갑옷처럼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던 남자. 라스베이커스의 화려한 쇼장 속 리버라치는 무대 위에서 만인의 연인이었다. 영화는 무대 뒤에서 성욕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고독에 몸부림쳤던 남자의 내면을 연인인 스콧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 맷 데이먼도 빛나지만, 암 투병마저 이겨내고 영혼을 바치는 마이클 더글라스의 연기는 압권이다.


culture&now_1월 연극 <나쁜 자석>

'시작이라는 마법의 단어' 1월의 기대작
설렘 한 스푼, 긴장 한 스푼, 시작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두 가지 감상이 공존한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매년 열두 달을 보내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 공연계 또한 쏟아지는 연말 공연의 홍수를 치르고 다시 말간 얼굴로 시작을 알렸다. 성장하고 진화하는 기분 좋은 출발이다.

나쁜 자석 12월6일~3월2일 아트원씨어터 1관
스테디 레인 12월21일~1월29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성장드라마의 두 얼굴 <나쁜 자석> 
우리만의 아지트, 구멍가게, 소꿉놀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기억에는 순수가 강하게 자리한다. 그리웠던 그 때 그 시절로만 희구하는 것은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은 휘발시키고 입맛에 맞게 편집된 기억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극 <나쁜 자석>은 한동네에서 부대끼며 커온 네 남자의 추억을 재조합한다. 스물아홉, 서른의 문턱에서 친구의 부름으로 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프레이저는 추억의 장소 바닷가 절벽에 서 있다. 어른이 되면 열어보자던 타임캡슐을 묻어둔 곳이자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번진 곳이다. 아홉 살 골목대장 프레이저와 그를 따르는 폴, 어리숙한 앨런은 절벽 앞에서 전학생 고든을 패거리에 받아들였다. 좀처럼 웃지 않는 우울한 아이 고든은 자신이 쓴 기괴한 동화로 세상과 소통한다. 십년이 지나 함께 밴드를 꾸린 네 사람은 좀처럼 불협화음을 맞출 수 없다. 고든이 쓴 음울한 자작곡에 못 견뎌 그를 밴드에서 추방하자 거짓말처럼 고든은 절벽에서 투신자살한다. 그리고 또 십년이 지나 스물아홉이 된 세 사람은 고든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연극은 아홉 살과 열아홉 살, 그리고 스물아홉 살을 넘나든다. 스물아홉의 어른으로 시작하는 십년만의 재회를 왜 프레이저가 못마땅해 하는지, 폴은 왜 이성적으로 친구를 설득하려 하는지 숨겨진 진실은 세 가지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자연히 맞춰진다. 살아남은 자들이 죽은 친구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프레이저에게는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상처로, 폴에게는 자신의 성공을 보장해줄 요절한 천재 작가로, 앨런에게는 동네 친구로 각각의 마음속에 자리한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고든을 생각하는 만큼 셋은 악다구니를 쓰며 충돌한다. 이미 떠나버렸기에 이들의 논쟁에 끼어들지 못하는 고든의 내면은 그가 쓴 동화이자 극중극인 '하늘정원'과 '나쁜 자석'으로 함축하고 은유된다. 그중에서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나쁜 자석'에는 연극의 중심을 관통하는 서글픔이 녹아있다. 자석은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성질 때문에 서로 사랑한다 해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다. 가까이 가지도 멀어질 수도 없는 고든이 자성을 버리고 나쁜 자석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그는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불멸한다. 모든 이가 절규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흩날리는 꽃비처럼 박제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아름답고도 서글프다.

2인극 느와르 감성 <스테디 레인>
마약, 인신매매, 살인이 난무하는 살아있는 범죄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명의 경찰이 있다. 장르가 영화였다면 날렵한 자동차 추격 씬이나 폭발의 굉음으로 무장한 액션이 펼쳐졌겠지만 연극 <스테디 레인>은 느와르와 스릴러 사이에서 춤춘다. 통제에 대한 강박이 있는 남자 대니와 미래를 향한 꿈도 비전도 없는 청년 조이는 경찰 배지의 보호 아래에서 기생한다. 시카고에서 살아남으려면 설사 경찰이라 해도 정의감 따위 던져버리고 상황에 순응해야하는 법이다. 음습한 뒷골목 범죄의 온상을 거침없이 누비는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다만 폭우처럼 쏟아내는 방대한 대사의 홍수 속에서 말의 맛으로 살려낸 느와르다운 묘미가 빛난다. 2009년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연극은 한국 초연에서 네 명의 배우를 소환했다. 이석준과 문종원이 마초적인 남자 대니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이명행, 지현준이 조이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_국립극장 월간 미르 1월호

글 양현주_ 하이브리드 원고노동자로 뭐든 주는 대로 부단히 쓴다. 공연예술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사랑하지만 사실은 눈물이 좀 헤프다. ‘버티면 뭐라도 되겠지’를 모토로 살고 있다.


culture&now_1월 뮤지컬 <고스트>

고스트 11월24일~6월29일 디큐브아트센터
저지보이스 1월17일~3월23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매직컬’이라는 황홀한 정의 <고스트>

여기 사랑에 눈이 먼 젊은 연인이 있다. 샘과 몰리, 두 사람에게는 함께 행복할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듯 보인다. 어느 날 강도를 만나 샘이 죽기 전까지. 누구나 아는 영화 <사랑과 영혼>이 뮤지컬로 되살아난다는 소식에 무비컬의 시류에 영합할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할 거라 생각했을 거다. 최첨단 무대 기법을 도입했다는 소식에도 오히려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뮤지컬 <고스트>는 고전적인 순애보의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 기술로 완전하게 담아내면서 21세기 뮤지컬이 해낼 수 있는 최전선에 진입한다.
이야기는 별다른 각색이나 재창작 없이 원작 그대로다. 다만 지고지순한 멜로 씬은 대폭 줄이고 영혼이 되어 떠도는 샘의 고군분투로 스펙터클한 무대를 보장한다. 시작부터 크리스마스카드처럼 3단으로 포개지는 입체 무대로 눈을 사로잡는 뮤지컬은 마술과 3D영상, 홀로그램 등 다양한 기법을 적극 사용해 판타지라는 장르를 구현한다. 영혼 샘이 문을 통과하거나 워터스크린을 이용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영혼을 포착하는 등 영화의 CG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일어난다. 관객과 무대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인 암전 없이 손쉽게 장소를 갈아타면서 장면장면의 리듬감 또한 살려냈다. 영호 <해리포터>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폴 키에브가 만들어낸 무대 속 비밀은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무대 안팎으로 배치된 LED 영상과 휘황한 조명은 단순한 배경을 뛰어넘는다. 미디어의 적극적인 사용이 공연예술과 병립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여전히 설왕설래 중이다. 하지만 <고스트>는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를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도 전혀 위화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감성과 테크닉이 결합하는 아름다운 순간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낸 것이다. 21세기에 무대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력으로 쏟아낸 이야기가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하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 또한 흥미롭다. 탄탄하고도 단출한 이야기이기에 번쩍이는 화려한 무대에도 함몰되지 않을 수 있다. 영화계가 미래에 대한 대안을 3D로 마련했다면 뮤지컬은 <고스트>를 통해 진화된 무대예술을 완성한다. 무비컬을 지나 매직컬의 시대가 도래 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정석 <저지보이스>
주크박스 뮤지컬이 생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시대를 풍미한 음악으로 세대의 공감을 낳거나 한 명의 가수나 밴드에게 단독 무대를 허락하거나.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주크박스 뮤지컬로 꼽히는 <저지 보이스>는 60년대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포시즌스의 음악을 꿰었다. 그린데이 동명의 앨범으로 이야기를 직조한 <아메리칸 이디엇>이나 새로운 이야기에 아바의 노래를 가미한 <맘마 미아!>와 달리 <저지보이스>는 포시즌스가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히트곡 속에 녹인다. 변두리 뉴저지에 살던 네 명의 시골 소년들이 직접 작곡하고 노래한 음악으로 세계적인 팝스타로 성공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는 40년간의 음악 여정을 따라간다. 수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피고 지는 속에서 2006년 토니상 베스트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의 힘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녹여낸 이야기적 방식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에 밴드의 결성부터 성공, 해체, 그리고 황혼녘의 깨달음까지 인생을 투영했다. 추억의 밴드가 전면에 서는 만큼 중장년층까지 호흡할 수 있겠다. _국립극장 월간 미르 1월호


culture&now_1월 무용 <D4U>

D4U 1월10일~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인형발레 백조의 호수 1월4일~2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이제 날아오를 시간 <D4U>
발레는 대극장에나 가야 볼 수 있고, 비보잉은 유투브에서 가끔 클릭해본다. 현대무용은 더더욱 접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여름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과 함께 무용 친화적이지 않은 대중들이 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발레 문외한이라도 이루다의 '블랙 스완' 오디션 영상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지 않기는 어렵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현대무용도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과 함께 하자 3분이라는 시간동안 감각을 마비시켰다. 이미 우승자는 가려졌고 흥겨운 무대도 끝났지만 하루아침에 무명의 무용수에서 만인의 뮤즈가 된 이들의 공연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D4U>는 우승자 하휘동과 함께 한선천, 김명규, 그리고 이루다까지 화제의 중심에 섰던 춤꾼들의 진가를 보여주는 진짜 무대다. 비보잉과 발레, 현대무용 등 각각의 독무대를 마련하고 그 위에서 우승의 압박도 생방송의 긴장감도 잊은 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됐다. 이미 방송 출연 전부터 국내외 유수의 무용 콩쿠르와 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던 주인공들인 만큼 편집 없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춤사위가 근사할 것은 당연하다.

고전과 아동극의 파드되 <인형발레 백조의 호수>
백색 발레, 비극 발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부르는 이름이다. 하얀 튀튀를 입고 숲속을 누비는 백조들의 우아한 춤사위와 결국 사랑을 화답 받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지고 마는 소녀의 운명은 곧 발레의 대명사로 통한다. 백조가 곧 발레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비극 발레는 1895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크 극장에서 초연된 후 백년 넘게 매년 겨울을 수놓았다. 이 고전 발레가 국내에서 잔망스러운 변신을 꾀했다. 여우의 얼굴을 한 지그프리트 왕자가 무대를 활보하고 무서운 마법사는 멧돼지의 모습으로 백조를 위협한다. 인형발레로 재탄생한 아동극 <백조의 호수>다. 지난겨울 동물 인형 탈을 쓴 아동극으로 국내에서 창작 초연된 <백조의 호수>가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이미 인정받은 고전발레의 틀을 아동극에 맞게 각색하면서 완성도 높은 가족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사 한 줄 없이 춤사위로만 이루어지는 발레 무대에 익숙지 않을 어린이 관객을 위해 대사를 삽입하고, 동물들의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무엇보다 이야기적 방식을 가족관객에게 친숙한 <호두까기인형>에서 가져와 재창작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선물 받은 인형과 함께 과자나라를 여행하는 <호두까기인형>처럼 인형발레는 잠이 든 소녀 오데트가 곰 인형 두두의 손을 잡고 백조로 변신해 숲속 나라로 떠난다는 내용이다. 테디 베어가 백조와 왕자의 사랑을 이어준다는 동화다운 이야기와 함께 정교한 팝업 북처럼 되살아나는 섬세한 소품과 의상, 배경이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아동극이라고 해서 만만히 보지는 말 것. 전문 무용수들이 토끼, 다람쥐, 사슴, 개구리 등 각 동물들의 특징을 발레화한 안무가 핵심이다. 원전의 백미인 백조들의 군무 또한 빠짐없이 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이코프스키의 명곡에 3곡의 창작곡을 추가시키면서 동화다운 무대를 향한 고심의 흔적이 드러난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손색이 없다._국립극장 월간 미르 1월호


음악극 <노베첸토> 존재한 적 없는 전설

1900년 1월 1일, 미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된다. 대니 부드맨 T.D. 레몬 노베첸토라는 길고 이상한 이름을 갖게 된 소년은 선원의 손에서 남몰래 자란다. 그가 공식적으로 가판대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날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선원의 장례식이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자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소년은 음악 소리를 듣고 출입이 금지된 일등석 연회장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선율을 피아노 건반 위에 토해내기 시작한다. 세상이 기억하지 않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다. 마치 있음직한 기인의 삶을 말하지만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다. 연극 <노베첸토>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시네마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영화화하기도 한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모놀로그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배에서 태어나 육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남자, 그에게 진짜 세상은 피아노 건반 위에 있다. 출생 기록도 제대로 된 이름조차도 없는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있다. 트럼펫 연주자 맥스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의 삶을 들려주려 한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남자와 무대 중앙의 남자, 연극은 기본적으로 모노드라마 형식을 취하지만 무대 한 편에 위치한 피아노는 음악 이상의 주인공이 된다. 노베첸토가 연주할 법한 즉흥적인 선율이 흘러나오고 때로는 진짜 주인공이 되어 대화에 추임새를 넣는다. 이 이상야릇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맥스는 직접 노베첸토로 화해 남자의 기이한 인생을 토해내기도 한다.
파도를 요람 삼아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가 태생적으로 비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모노드라마라는 형식과 기이한 천재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유쾌함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피아노라는 단 한대의 악기로 폭풍우, 석탄광의 소음, 연회장의 흥겨움까지 다양한 음향을 직조하고, 배우는 일인다역의 변사가 되어 연극의 원초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무엇보다 극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역시 주인공 노베첸토가 가진 극적인 결함에 있다. 좀처럼 여객선 바깥 세상에 관심이 없던 노베첸토는 어느 날 27년 인생 최대의 결단을 내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걸음을 완성하지 못하고 뒤돌아 올라온다. 그에게 세상은 88개의 유한한 건반을 가진 피아노와는 달랐다. 유한한 건반으로는 무한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수백 만 개의 건반으로는 어떤 음악도 만들 수 없다.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큰 배이자, 절대로 만들지 못할 음악이고 신의 피아노"였다. 그리하여 폭발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 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완결될 수 있었다. 한 편의 동화이자 우화 같은 이야기 끝에 소멸하는 한 영혼의 마지막 모습은 결국 하염없는 눈물로 보상받는다. 모노드라마라는 단어에 전혀 겁먹을 필요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다._공연월간 씬플레이빌(
www.sceneclub.com) 12월호

음악극 <노베첸토>
공연기간: 2013.12.6-12.29
공연시간: 화-금 20:00 토 16:00 19:00 일·공휴일 15:00
공연장소: 더 스테이지(The STAGE)
원   작: 알레산드로 바리코
연   출: 김제민
출    연: 조판수 이건영 박종화 곽윤찬
제    작: 극단 거미
티    켓: R석 3만5천원 S석 2만5천원
문    의: 02.703.9690(극단 거미)

INFORMATION
노베첸토는 이탈리아어로 1900이란 뜻으로 1900년대 즉 20세기를 지칭한다. 노베첸토라는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는 2002년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라는 이름으로 국내개봉한 지 10년 후인 지난 해 겨울, 소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했다. 공연 5일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해 아쉽게 놓쳤던 관객이라면 초연보다 넓어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조판수 배우와 박종화 피아니스트가 함께 했던 공연은 올해 이건영 배우와 함께 곽윤찬 피아니스트가 새롭게 참여해 더블 캐스팅을 완료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음악이다. 노베첸토가 연주했을 법한 음악을 영화에서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들려줬다면, 연극에서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자신만의 레퍼토리로 연주한다. 지난해 박종화는 홍난파의 '고향의 봄'과 함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등을 직접 선택하고 즉흥연주를 더했다. 곽윤찬은 즉흥연주를 즐겼던 노베첸토에 가까운 또 다른 음악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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